▲ 최윤선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숨 가쁘게 지내온 올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풋풋하고 젊고 에너지 넘쳤던 옛날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사실 우리에게 '청년'이나 '청춘'은 푸른색 이미지의 희망이나 도전, 정의,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인생의 꽃과 같은 시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미지여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청년과 청춘은 위로의 대상이 되었고, 앞 다투어 청년을 위로하는 책, TV프로그램, 토크 콘서트가 줄을 잇고 있다. 그리고 왜 청년들이 위로의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해석도 나온다.

우리가 청년을 위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취업난이다. 사회로의 첫 발을 야심차게 딛고 나가야 할 이 시기에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이고, 취업난은 생계곤란은 물론 연애와 결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경쟁은 치열하고 앞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예측이 안 되는 삶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문득 얼마 전 연구의 일환으로 만났던 대졸 취업준비생들이 떠올랐다. 내가 만난 취업 준비생들 중에는 대학 재학 시 또는 졸업 후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에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경험을 한 경우도 꽤 많았는데, 이들 중 몇몇은 오히려 그러한 경험이 그 분야로의 진출을 포기하게 된 계기가 된 경우도 있었다. 면접 처음에는 이들의 상황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그런데 만남을 거듭할수록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괜찮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어 관련 학과에 들어갔고, 경험삼아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다. 대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대략 7년 정도를 버티면 지점장이 될 수 있고,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하루 14시간 가까이 일을 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어림도 없고, 밤 12시가 넘어 끝나,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하는데도 교통비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직원들은 수당과 교통비까지 받는다는 점이다. 나도 버티면 직원이 될 수 있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부조리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는 살고 싶지 않고, 그래서 지금은 그냥 일반 기업체 사무직으로 취업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들의 포기에 대해 어른들은 '요새 젊은 애들은 어려움 없이 커서 끈기가 없다'고 말하며, 결국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깨닫고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라며 탓하듯 얘기하곤 한다. 그 또한 그럴 것이 어느 분야에서건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견뎌낸 결과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버티라고 말하기에는 마음이 무겁다.

정부는 청년 고용률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스펙이 아닌 능력과 잠재력을 기준으로 청년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모두 중요한 일들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터의 조직문화와 근로환경 개선문제다. 일 자체의 고단함과 숙련에 이르기까지의 노력은 개인이 감당하며 인내해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비상식적인 부당함을 참고 견디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청년들의 인내심 부족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시해온 것들 중에 무엇이 잘못된 건지, 무엇이 부당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고, 이를 개선해 나감으로써 보다 많은 청년들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에 도전할만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윤선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