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대표적 청소년 밀집지역인 남구 주안역 앞 '2030거리''. 토요일 오
후 6시가 넘어서자 청소년들이 발디딜 틈 없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들을
맞고 있는 것은 ○○유흥주점이나 ××소주방, △△노래방 등의 현란한 네
온 불빛들. 어디를 둘러봐도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들어갈만한 시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이 일대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다.
'먹거리 타운''이라고 불려지는 15층짜리 K빌딩은 청소년들의 약속장소로

장 잘 이용되는 곳. 입구에서부터 약속을 기다리는 청소년들이 장사진을 이
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 역시 15층 건물 전체가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노
래방, 소주방 등 술집과 음식점이 대부분이고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한 곳도 없었다.
오후 6시께 K빌딩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이상헌(18·인천기계공고 2년)군
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지만 술집과 음식점이 대부분 이어서
정작 우리가 마음 편하게 모이고 만남의 장으로 이용할 시설은 없다”고 불
만을 털어놨다.
이렇게 몰려다니던 청소년들은 저녁 8시가 넘어서 어두워 지자 근처의 소주
방이나 호프집으로 몰려들어갔다. 한 소주방을 들어서니 화장을 하고 20대
처럼 꾸미고 있지만 앳된 얼굴을 한 10대 여학생들이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
는 남학생들과 술을 마시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모여상 2학년 K양은 “갈 데가 없다보니 친구들은 보통 소주
방 등을 찾게 되는 데 미성년자들이라서 들어갈 수가 없다보니 화장을 하거
나 옷을 빼입고 성인차림으로 거리에 나선다”고 털어놨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수원 남문일대 역시 토요일 오후가 되자 청
소년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남문 중앙극장 앞이나 인근의 패스트푸드점
에 삼삼오오 모여있거나 주변의 상가를 떠돌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거리낌
없이 인근의 호프집, 소주방, 카페로 들어서고 있었다. 입구에서 이들을 제
지하거나 신분증을 확인하는 업소는 찾아볼수 없었다. 심지어 일부 술집에
서는 '19세 미만 출입금지'' 팻말조차 붙어있지 않았다.
밤 10시가 넘어도 청소년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술집 역시 눈에 띄지 않았
다. 수원 남문일대의 호프집과 소주방, 카페 등은 사실상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C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수능을 100일 앞둔 지난 5일에는 분위기 괜찮은 호프집과 소주
방에 자리가 없어 못들어갈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밤 11시가 넘어서자 길거리는 술취한 청소년들이 넘쳐났다. 구석구석에서
술에취해 실랑이를 벌이는 청소년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몇몇 청소년들은
인사불성으로 술에 취해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이곳을 떠나고 있었다. 만취
한 한 남학생에게 말을 걸어보니 “S고등학교 2학년인데 생일을 맞아 친구
들과 축하주를 마셨다”고 더듬더듬 대답했다. 이 남학생은 곧 친구들의 부
축을 받아 근처 노래방으로 향했다.
취재팀은 이런 모습을 수원역 인근이나 안양의 안양1번가, 범계역 주변, 분
당 서현동 로데오 거리와 야탑역 주변 등 대도시 중심상업지구 어디에서나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중심상업지구 뿐만 아니라 보호돼야 할 학교 주변에서도 마찬
가지였다. 2개의 고등학교가 대학과 나란히 붙어있는 수원 아주대 앞의 주
말 밤거리는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뒤섞인채 술에 취해가는 혼돈의 거리였
다.
  앳돼 보이는 청소년들이 편의점 앞에서 버젓이 맥주를 홀짝거
리고 있었
고, 담배를 물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밤이 늦어지
자 청소년들은 몇명씩 무리를 지어 편의점에서 술을 사들고 '안전지대''인
대학 구내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입구에서 경비원의 제지를 받은 일부 학
생들은 가방에 술을 나눠 감추고 정문을 피해 병원쪽으로 돌아들어가거나
훌쩍 울타리를 뛰어넘고 있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이처럼 성인들의 퇴폐·향락문화에 물들
어 감에 따라 사치성 물품 구입이나 유흥업소 출입비 마련 등을 위한 청소
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이미경(43·여)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돈벌이가 만연하다 보니 원조교제와 같은 청소년 문제의 대부분이 유흥
비 마련을 위해 저질러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면서 “10대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상술이 청소년들에게서 격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YWCA 김윤희 간사도 “장삿속 위주의 업주들로 인해 청소년보호법이 유
명무실해 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며 “청소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