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고
야당도 대결 논리에서 벗어나
대한민국호가 전진할 수 있게
손을 맞잡아야 한다
며칠만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어느 종교를 믿건 상관없이 크리스마스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생각하며 모든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크리스마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타할아버지다. 산타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마을이 여러 곳 있지만 대표적인 곳이 핀란드의 로바니에미라고 한다. 핀란드하면 산타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여성지도자 타르야 할로넨의 나라이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었던 타르야 할로넨을 알아보는 것이야말로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
정치인 타르야 할로넨이 대통령이 되는 길은 험난했다. 핀란드는 남녀평등의식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대통령은 21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할로넨은 2000년 핀란드 대선 투표에서 남성후보였던 에스코 아호를 51.2% 대 48.8%로 가까스로 이겼다. 여성과 남성의 대결, 대선 투표 결과까지 201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너무도 비슷하다. 할로넨 대통령의 핀란드는 승승장구했다. 12년간의 재임기간동안 핀란드는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1위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많은 핀란드 국민들은 할로넨을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선물'로 기억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 되어가지만 한국 사회가 심상치 않다.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선물은 보이질 않는다. 정치권은 끝도 없는 논쟁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지 오래다. 사회적으로는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파업이 최장기간 계속되어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불안정한 상태이고 북한의 국지적 도발도 예상되고 한다. 방공식별구역 이슈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도 부담이다.
경제와 사회적 통합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지표와는 다른 체감경기 침체에 많은 국민들은 신음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결과, 국가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은 14.8%에 그쳤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현재 국가 경제 상황이 나쁜 것으로 보았다(12월 19일. 전국 1천명 유무선RDD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 국가경제 상황을 볼 때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로 될 수밖에 없겠지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민주화 공약도 놓칠 수 없는 과제다. 이념, 세대, 지역간 갈등 역시 매우 심화되어 있다. 끝나지 않는 대선전쟁을 치르면서 진보와 보수의 진영 대결이 극도로 첨예해졌다. 대통합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특정지역의 소외감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한 대학에서 비롯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많은 공감을 얻는 이유다. 임기 초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문제로 허니문 효과(honeymoon effect: 국민들의 국정 기대감과 언론의 호의적 보도 태도 등으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은 현상)를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과 효과적인 글로벌 외교로 70%에 가까운 높은 지지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쟁이 지속되고 공약실천이 미흡하다고 평가받으며 지지도는 하락했다. 대선 1년이 되는 12월 19일 현재 대통령의 지지도는 55.7%로 나타났다. 선거 당시의 득표율 51.6%와 큰 차이가 없다. 새해에는 여야 정쟁으로 갈라진 민심을 봉합하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야 한다. 소외된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역시 시시비비의 대결논리에서 탈피해 '대한민국호'가 전진할 수 있도록 손을 맞대야 한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혼신을 다한다고 할지라도 국민이 알아주지 못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타르야 할로넨은 대통령 당선 직후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고 스스로 일반 국민들과 같은 한사람의 국민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핀란드 산타로부터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그것은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고 바로 국민이 꿈꾸는 크리스마스다.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