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3일 연일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인 철도노조 파업과 이에 대한 공권력 투입 등 '노(勞)-정(政) 대결'이 세밑 국정운영에 미칠 부정적 여파에 촉각을 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노조 파업 등 현안에 대한 '원칙대응'을 재삼 강조한 가운데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8일 총파업을 예고한데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박 대통령을 향해 '불통'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철도노조 파업과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 사태 등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노-정간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청와대발(發) '인화성 발언'이 상황을 더욱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인듯 하다.

그렇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여전히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비정상의 정상화'나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강경함이 여전하다.

무엇보다 현재 코레일의 부실경영이 심각하고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파업의 직접 원인이 된 '수서발 KTX자회사' 설립를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국민의 바람과 일치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철도노조가 민영화를 파업의 이유로 내세운 데 대해서도 청와대 내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누적적자가 17조원이 넘는 경영부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됨에도 노조가 민영화 거부를 명분으로 내세워 파업하는 것은 '현실안주가 좋으니까 이대로 가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사익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는 것", "신의 직장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얼마나 황당무계하다는 걸 국민도 알게 되실 것" 등의 발언까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코레일 사장, 장관,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서발KTX가 민간에 매각될 경우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것 이상의 확실한 '비(非)민영화' 약속이 어디있겠냐면서, 그럼에도 노조가 이뤄지지도 않은 민영화를 반대로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대체적인 기류다.

박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과 철도문제,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정치권 간 갈등 등으로 국민들이 걱정스러울 것"이라면서도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ㆍ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모든 문제를 국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의미로 읽힌다.

철도문제만 딱 꼬집어 얘기하지 않은 것은 전날 강제진입 사태로 격앙된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착 등 산적한 노사관계 이슈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서 해결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철도파업을 해결하는 과정이나, 경찰이 민주노총에 강제로 진입한 데 대한 청와대내 우려의 목소리는 엄존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철도노조를 잡는다면서 노조 지도부는 한명도 검거하지 못하고 민주노총만 털어버린 꼴"이라며 "경찰이 자충수를 둬 일을 더 확대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 사과하거나 책임질 필요까지 있는 사안"이라며 "공기업 개혁에 대한 조급성, 비전문성 그리고 준비부족이 어우러져 빚어낸 참사"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에 출석, 철도에 대해 "민영화 의사가 없다"면서도 "(철도가) 다니지 않는 곳에는 민간도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키운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칫 이번 사태가 어떻게 굴러가느냐에 따라 '인책론'이 불거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시작을 여유있게 한다고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닌데 끝나고 평가를 받으면 될 것"이라며 '인책론' 전망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