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보름째인 23일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철도파업 후 처음으로 수도권 전동열차가 감축운행되면서 출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구역 인근 철로 이설 구간에서는 작업용 궤도차가 탈선해 경부선 상행선 열차의 운행이 길게는 1시간 넘게 지연됐다.
◇ 수도권 전동열차 첫 감축운행
철도파업 후 처음으로 이날 수도권 전동열차가 감축운행되면서 출근길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수원역과 서울역을 잇는 경부선은 평상시 355회 운영하던 것을 273회만 운행, 열차운행 간격이 평소보다 18초 늘어나면서 열차마다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으로 가득 찼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7∼9시 수원역 승강장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장사진을 이뤘으며 열차를 1∼2대 보낸 뒤에야 탑승할 수 있었다.
분당선도 평상시 352회 운영하던 것을 293회로 감축운행해 불편을 초래했다. 다만 지하철 4호선 안산역과 과천역에서 서울을 오가는 코레일 전동열차는 평소와 같은 수준으로 열차를 운행했다.
고양 일산에서 경의선을 타고 서울 강남으로 통근하는 정모(34)씨는 "차량 운행횟수가 줄어서인지 탑승객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어 서서 왔다"며 "오후에는 전철이 더 준다던데 퇴근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전체적인 열차운행 횟수는 줄었지만 출퇴근 길에는 최대한 열차를 배정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경인선 일반열차도 감축운행으로 출근길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경인선 일반열차의 경우 평상시 456회에서 이날부터 399회로 57회 감축 운행이 시작돼 배차간격이 2.9분에서 3.2분으로 변경됐다. 경인선 급행열차(동인천∼용산)는 러시아워(오전 7∼9시)를 제외한 주간시간대에 25회 감축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러시아워인 오전 7∼9시에 평상시 18회 운행하던 경인전철이 5회 감축운행으로 운행률이 72.2%로 떨어지면서 배차간격도 10∼20분 정도 지연돼 부평역 등 일부 역은 큰 혼잡을 빚었다.
그러나 수인선은 정상 운행되고 있다.
인천시는 이날부터 1단계 비상수송대책에 돌입해 광역·좌석버스를 24대(27개 노선 377대→401대) 증차하고, 157회(1천988회→2천145회) 증회 운행하고 있다.
이날 수도권 전동열차는 85.7%, 통근형동차는 60.9%까지 운행률이 떨어져 출근길 불편이 컸다.
KTX는 73%, 새마을호, 무궁화호도 각각 56%, 61.5%까지 최저 수준으로 운행됐다.
또 철도 파업에도 줄곧 정상운행되던 경춘선 전철도 평일 왕복 117회에서 95회로 이날 처음 감축 운행돼 수도권 출퇴근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화물열차 운행률 30.1%…물류대란 가시화
이날 화물열차 운행률은 30.1%에 불과, 물류 수송 차질이 계속됐다.
철도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의왕컨테이너기지(의왕 ICD)에는 선적하지 못한 물량이 쌓이는 등 물류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의왕ICD 내 한 대형 물류업체는 2주 사이 40피트짜리 컨테이너 70개를 운송하지 못하고 기지에 쌓아두는 실정이다.
강원 영월지역 시멘트 공장의 생산도 지난 19일부터 중단되는 등 우려했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태백선과 영동선 화물열차는 기존 37회에서 이날도 10회로 감축 운행돼 27%의 저조한 운송률을 보이고 있다.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을 확보하지 못한 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은 지난 19일부터 소성로 2기 중 1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장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나머지 소성로 1기도 사실상 가동을 중단해야 할 처지다.
쌍용양회 영월공장도 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 공장은 유연탄 비축량이 바닥이 나 덤프트럭으로 유연탄 수송에 나섰고, 완성품 재고도 쌓여 최대 일주일까지 버틸 수 있다.
일부 시멘트 공장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레미콘공장 가동률 저하와 건설·토목공사 지연에 따른 공기 차질 등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 작업용 궤도차 선로 이탈, 열차 운행 지연
대구에서는 이날 오전 3시 10분께 경부선 상행선에서 작업용 궤도차가 선로를 이탈해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이 사고로 대구역과 지천역 사이 상·하행 열차가 하행선으로만 단선운행하는 바람에 동대구역 기준 경부선 상·하행선 KTX 열차 15대, 무궁화호 6대 등 21대 열차가 12∼90분 지연됐다.
월요일 아침에 서울로 향하던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 승객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넘게 열차 안에서 기다렸다"며 "월요일 출근이 늦어 회사에 뭐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황해 했다.
사고는 5시간 50분만에서야 복구됐다.
사고로 대전 등 다른 역에서도 열차 지연사태가 속출했다.
이용객들은 "화물열차 탈선에 이번 사고까지 수시로 터지는 사고에 불안해서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