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을 맞고 있는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동사
무소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했으나 주민성향에 맞는 프
로그램 등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는 바람에 '별 볼일 없는 공간"으로 전
락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주민자
치센터 개소로 인해 행정 누수현상까지 빚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운영 실태
인천에선 강화·옹진군을 제외한 8개 구에서 119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
고 있다. 주민자치센터 1곳당 시설비 명목으로 5천만~7천만원의 예산을 투
입했고 매년 운영비 명목으로 1천여만원씩 들어가고 있는 상태.
지난 20일 오후 1시15분께 동구 금창동 '금창 동민의 집". 지난해 12월 5
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개소한 이 주민자치센터엔 인터넷방, 어학실, 체
력단련실 등을 설치했으나 이용주민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러닝머신
등 헬스기구엔 사용한지 오래된듯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일부 헬스기구
는 고장난채 방치되어 있었다.
또한 컴퓨터 3대중 1대를 인터넷에 접속한 결과 누군가 음란사이트를 검색
한 것으로 나타나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7일이후 이용대장엔 1명도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날 오전 남구 숭의 1동 주민자치센터 에어로빅 교실. 이용인원 180명이
라고 프로그램 현황에 적혀 있었으나 실제 참가인원은 10여명에 불과했
다. 두달째 강의를 받고 있다는 김모(42·주부)씨는 “참가인원이 적어 강
의도 부실한 것 같다”며 “강습비가 들어도 동네 에어로빅 교실로 옮겨야
겠다”고 말했다.
중구 율목동 주민자치센터의 경우 자전거 2대, 헬스기기 1대, 컴퓨터 5대
를 갖춰 놓았지만 하루 이용객은 7~8명에 그치고 있다.
●행정공백
일부 주민들은 주민자치센터 운영후 구에서 민원을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
을 터뜨린다. 실례로 과거 동사무소 소관이었던 청소업무가 구로 넘어가면
서 불법투기한 쓰레기 처리가 지연돼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으로 매달 기초 조사 및 방문 확인 업무
등 사회복지 업무가 크게 늘었는데도 동사무소마다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
고 있다. 지난해 인구 및 주택 총조사 기간엔 동사무소에 통계 담당자가
없어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위임 사무에 대한 책임성 확보에 문
제점을 드러냈다.
이같은 행정공백 현상은 내년에 치를 지방·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
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관계 공무원들은 지적하고 있다.
●바람직한 운영 방향
주민자치센터 구성과 운영의 근간은 주민자치위원회. 그러나 주민자치위원
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주민자치센터별로 시행세칙을 제
정,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행세칙을 만들지 않아 제도 정
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성패는 특성화 사업을 어떻게 발굴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성
공적으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얘기다. 연수구 연수 2
동 주민자치센터의 경우 박물관 교실, 소래 해양생태기행, 들꽃기행, 여름
방학 현장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과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바람직한 주민자치센터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셈.
연수2동 주민자치센터 관계자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이 홍보되자 구 전역
에서 신청이 쇄도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며 “전문성을 갖춘 주민과 자
원봉사자 활용 여부가 주민자치센터 운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