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감소와 재고 누적 등으로 인해 추곡수매가격 하락이 예상되자 일
부 지역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
이는 등 '쌀 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28일 현재 쌀값은 가마(80㎏)당 전남.북, 충남.북, 강원도 등 지방에서
는 계절 진폭에도 불구, 16만8천-17만2천원으로 지난해보다 최고 1만2천원
이 떨어졌으며 서울 등 수도권은 17만5천원 안팎으로 역시 전년도보다 6천
원 가량이 하락했다.
또 올해 쌀값을 시장 경제에만 맡기면 전년 대비 가마당 2만원이 하락할
것이라는 최근 한 연구기관의 발표가 나오자 농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
하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총농민회 전북도 연맹(의장 김용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쌀 재
고의 과잉은 쌀 정책에 대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쌀 위기를 해소
하려면 2004년 WTO 재협상에서 관세화를 막고 수입량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읍시 정우농민회와 한농련, 여성농민회 등 300여명도 이날 오후 정우면
사무소 광장에서 쌀값 보장과 추곡수매 전량 쟁취, 농협 구조법안 저지 등
을 결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올해 추곡수매가가 전년도 수준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연말
상환이 도래되는 모든 영농자금을 현물로 납부하는 것을 비롯하여 대정부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30일 정읍 이평농민회도 쌀 값 보장을 위한 궐기대회를 준비하
고 다른 지역 농민회 등과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점차 시위가 본
격화 될 전망이다.
충남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협의회(회장 이원복)도 지난 25
일 회의를 갖고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없으면 조합 경영상 더는 쌀 수매
를 계속할 수 없음을 밝혔다.
이들 지역의 조합장들은 '지난해까지는 벼 생산량 중 정부수매분 이외에
도 농업인이 수매를 희망할 경우 전량을 RPC 운영 농협들이 자체자금으로
수매했으나 최근 쌀값의 계절 진폭이 거의 없어지면서 자금운용 손실 등으
로 조합당 평균 2억여원의 결손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지역 조합장들도 최근 시.군 지부장 회의를 열고 '정부에 요구한 쌀
긴급대책 마련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올 가을 농협 자체 수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태 확산이 우려되자 민주당 농어민특위 등은 내달 7일 국회에서 농민단
체, 학계, 정부, 농협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쌀문제 어떻게 할 것인
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쌀값 하락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키
로 했다.
충청 남.북도와 전북도, 경북도 등 각 지자체도 쌀값 안정을 위해 소비
촉진과 판매확대, 품질 고급화 등을 추진키로 하고 미곡종합처리장(RPC) 활
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농림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 같은 안정책은 '쌀 재고 과잉'을 막기에는 크게 부족
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어 당분간 쌀을 둘러싼 농민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을 전망이다.
장재우(전북대)교수가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밝힌 전국 시.도별 쌀 재
고량은 전북이 48만3천t(생산량 79만4천t)으로 가장 많고 광주.전남 46만8
천t(' 97만9천t), 대전.충남 46만5천t(' 92만2천t), 충북 10만6천t(' 30만4
천t), 강원 1만5천t(' 21만2천t) 등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