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창 道소방재난본부 소방행정과장
언제부턴가 복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이 생겼다. 일확천금의 꿈을 위해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 차이가 있어서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낮은 대박의 꿈을 꾸는 사람들의 욕심을 탓하기도 하지만,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판매점에 들어가는 수고 정도는 감수해야 행운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이 약 8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는 쌀 세 가마니를 한곳에 모으고 흑미 한 톨을 섞어서 한 번에 골라내는 정도의 확률이라고 하니 그 희박한 가능성에 혀를 내두를 만하다.

사실 수년간 각종 사고 현장을 목도하면서도 119소방의 손길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극적인 상황을 접하게 되면 그런 과정들이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정도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5년 전 극적으로 생명을 구한 어느 식당 여주인의 사건을 생각해 보면 정말 로또복권 당첨의 행운에 비할 만하다. 화재출동으로 저녁 식사를 거른 몇몇 소방대원이 야간근무를 위해 식사를 배달시켰다. 그런데 50대의 식당 여주인이 직접 음식을 들고 소방서 2층 계단을 오르다가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침 구급대원이 그 광경을 목격해 즉시 응급처치를 했고, 식당 여주인은 신속하게 구급차로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고 극적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시간 다른 곳에서 이송된 환자는 오랜 시간 방치됐다가 늦게 병원으로 이송돼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같은 병원에서 발생했다. 식당 여주인은 운 좋게도 쓰러진 곳이 소방서 계단이고, 여러 명의 소방대원이 지켜보고 있었으며, 구급차도 다른 곳에 출동하지 않고 있어 시간낭비 없이 병원에 도착했으니 나름대로 로또복권 당첨과 견줄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 우리 소방의 손길이 닿아 소생하는 일이 복권 당첨에 견줄 정도로 희박한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경기도는 그동안 도내 구석구석 119의 안전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소방 사각지역을 해소하고, 누구나 명품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신속히 환자를 발견한다고 해도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 병원까지 이송하는 과정에는 남에게 무관심한 시선, 빽빽이 늘어선 차량 행렬과 차로 양보에 인색한 시민의식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생사를 가르는 5분을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너도나도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2014년 갑오년에는 다른 사람의 생명과 이웃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희망찬 새해가 되길 바란다.

/이인창 道소방재난본부 소방행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