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기한 계파로 구성된 한나라당이 내년 16대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공천권을 둘러싼 내홍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내 역학구도상 강력한 폭발성을 지닌 공천권 문제의 뇌관을 가장 먼저 건드린쪽은 김덕룡(金德龍)부총재였다.

김부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당쇄신방안을 제안하며 16대총선 승리를 위해 「계파를 초월한 공천원칙 확립과 공천심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참신하고 합리적이며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21세기형 인재를 충원해야 한다』고 공천의 「가이드 라인」까지도 제시했다.

이에대해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은 『아직 공천문제를 얘기할 때는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공천기준은 「인물론」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총재는 나아가 15일 부산에서 공천문제와 관련, 『당에 총재가 있고, (공천은)공식당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될 일』이라고 언급, 계파안분 등 비주류측의 공세에 미리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이처럼 이총재와 김부총재가 주류연대로서 호흡을 맞춘 듯한 외양을 보인 것과 달리, 비주류측은 공천권 지분인정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하고 나섰다.

부산.경남지역을 발판으로 정치재개를 기정사실화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의원은 『지역민심을 감안해서 폭넓게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즉각 반기를 들었다.

김윤환 전부총재도 최근 지역구민들에게 개별서한을 보내 『이제부터 당당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공언, 자신의 정치적 역할 확대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임을천명했다.

물론 공천권 등 현실적 당내 지분확보를 통해 영남지역 맹주로서 위상을되찾겠다는 뜻이다.

또 「집단지도체제」를 거론하고 있는 이한동(李漢東)전부총재나 97년 30%의 지분을 확보한채 민주당을 이끌고 합당한 이기택(李基澤)전총재권한대행측도 지분보장을요구하며 이총재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총재측 입장은 단호하다. 총선후보 공천은 계파안배의 논리가 아니라,당선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뜻을 본인이 직접, 혹은 측근들을 통해 분명히 하고 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이제 계보에 떠밀려 후보공천에서 탈락하는 일이 벌어지는 과거의 시행착오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사람을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출마해서 당선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 지분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어려운 시기에 합당한 사람들의특수한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며 「상황변경론」도 꺼내들었다.

총선을 1년이나 앞둔 시점에서 벌써부터 불거지고있는 한나라당의 이런 갈등은시간이 갈수록 폭발성을 더해가며 자칫 당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아 추이가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