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西紀) 2014년이 시작되었다. 청마(靑馬)의 해이자 적토마(赤兎馬)의 해이다. 주역에서 말은 소와 대비되는데, 소는 유순한 성질로 곤(坤)의 땅에 속해 있고 말은 강건한 성질로 건(乾)의 하늘에 속해 있다. 쉼없이 운행하는 천체처럼 말도 강건하게 잘 달린다. 천체가 운행하여 날이 가고 달이 가듯이 말이 달리는 것은 곧 세월의 흐름이다. 장기판에서 말의 날 일(日)자 행마의 의미이기도 하다.

땅은 하늘과 짝이 되어 만물을 낳고 기르기 때문에 예로부터 천지를 만물의 부모라고 하였다. 하늘이 말이라면 땅은 그 말과 짝이 되는 암말인 빈마(牝馬)이다. 암컷은 새끼를 가지면 나올 때까지 배 속에 품고 있어야 하는데 이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정고함이다. 역상(易象)으로 보면 새해 갑오(甲午)년은 특징이 많은 해인데 빈마(牝馬)의 해이다.

서기 2014의 갑오년의 설날에서 서기 2015의 을미년의 설날까지가 음력으로 1년이다. 갑오년의 설은 갑오년의 입춘 전에 들고 을미년의 설은 을미년의 입춘 후에 든다. 음력 1월 1일부터 이듬해 음력 1월 1일까지 입춘(立春)이 두 번 들어있어 시속에서는 쌍춘(雙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갑오년에 9월의 윤달이 들어 음력의 날 수가 늘어나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다.

천자문에 가을엔 거두고 겨울엔 감춘다고 하였듯이 겨울은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다가 새 봄을 맞이하는 때이다. 갑오년은 겨울에 봄을 품고 있으니 빈마(牝馬)가 잉태를 한 형상이다. 말이 하늘을 상징한다면 빈마는 하늘의 덕과 짝하는 군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새해에는 모두 하늘이 내려준 덕을 정고하게 품고 건강하게 활동하는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