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에 로비자금은 263만원?
권태호 1차장검사는 “이번 검찰수사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로비문
화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좌추적 등을 통
해 이번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20
여일간에 걸친 장기수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내놓은 결과에 만족하지 않
고 있다.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계좌추적이 진행중이지만 수천억원이 오가
는 국책사업에 로비자금이 고작 263만원이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것.
◇일부엔 면죄부를 준 수사
(주)에어포트 72에 최대 지분(32%)을 가진 스포츠서울 21은 아예 수사대상
에서 제외됐다. 대통령 장남인 김홍일 의원의 처남이 대표로 있는 곳을 수
사할 경우 또 다른 시비에 휘말릴 것으로 검찰이 우려하지 않았냐는 게 일
반적인 관측이다.
검찰은 에어포트 72측에서 로비를 담당했던 곳은 에이스회원권 거래소였다
고 밝혔다. 그러나 최대지분 참여사인 스포츠서울 21이 (주)원익컨소시엄
이 1순위로 선정되든 말든 손을 놓은 채, 30%의 지분으로 참여한 에이스회
원권 거래소측에만 모든 로비를 맡겼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외압전화 고위층 없었나
검찰은 국 전행정관이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양씨 등에게 청탁을 받고 이 전
단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외압의 실체"라고 밝혔다. 하지만 3급에 불과한
국 전 행정관보다 윗선에 있는 '몸통"의 지시가 있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더
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전 단장은 고위층의 외압전화 등을 기록한 '외압일지"가 있다고 주장했
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연 번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압일지는 공개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검찰수사에서 유휴지 개발과 관련, 고위층의 외
압전화가 이 전 단장은 물론 강동석 사장에게도 있었는지 명확하게 밝혀내
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주 작은 동네에 다리공사를 해도 지역은 물론 중앙에서
행세깨나 하는 인사들의 전화가 빗발치는데 수천억원대 국책사업에 어찌 전
화가 없었겠느냐”며 “이번 수사는 심증은 있되 물증은 없는 사건”이라
고 결론지었다.
◇심증은 있고 물증은 없었다
검찰은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에어포트 72는 물론 원익컨소시엄 등 참여업
체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당초 로비흔적과 떠돌던
소문과는 달리 '뚜껑"을 열어보고 물증을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20일 동안
의 수사를 통해 국 전 행정관이 지난 6월 22일 에이스회원권거래소 경영자
양씨에게 미화 2천달러를 받은 혐의(수뢰)만 추가로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