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도신 수원서부경찰서 정보계장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흔히들 60년만에 돌아온다는 청마(靑馬)의 해이다.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말의 기상처럼 시민 모두 잘 풀리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2013년 세밑을 뜨겁게 달궜던 철도노조 파업도 잘 마무리돼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파업은 그간 있었던 철도파업 사상 가장 긴 22일간이나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혹한의 날씨에도 수원역 앞에서는 연일 철도노조원들과 시민단체의 선전전과 야간집회가 지속됐다. 경찰은 주최측과 협조해 집회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불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집회에 만성적으로 뒤따랐던 불법·폭력이 없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집회현장에서 불법과 폭력사태로 인하여 아까운 인명이 희생되고 근무 경찰관이 중상을 입는 등 고질적인 후진국형 집회시위 문화에 젖어 OECD 국가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오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집회시위와 관련하여 너무도 관대한 태도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어린 시절 풀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주변에 있는 무수히 많은 세잎 클로버를 밟았던 적이 있다. 하나의 행운을 얻기 위해 수많은 행복을 짓밟지는 않았나 생각해 본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사회의 소중한 가치인 법과 질서가 무시되고 공동체의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각자 절박한 사정이 있고 자신들의 주장에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당하고 진정성있는 요구도 폭력과 불법을 앞세운다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본뜻 또한 퇴색할 수밖에 없다.

수원은 인구 110만명의 비교적 큰 규모의 자치단체이다. 규모에 걸맞게 많은 집회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필자는 수원에서 오랜 기간 정보계장직을 수행하면서 크고작은 집회시위를 접하며 수많은 갈등을 해결하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시 수원연화장 화장식 관련 진보와 보수의 갈등, 주택 재개발·재건축을 놓고 찬·반 주민간 대립, 광교지구 건설 과정에서 건설사와 주민과의 갈등 등 이해관계를 놓고 한치의 양보없는 첨예한 대립을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해결토록 중재하고 설득했다.

얼마전 하루 1분만 투자하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는 텔레비전 공익광고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출근길에 남의 집 대문밖에 떨어져있는 신문을 주워 담너머로 던져주는데 6초, 버스에서 남을 위해 벨을 눌러주는데 4초가 걸린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천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선진국 위상에 걸맞게 집회시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세력간 갈등을 공론의 장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소하고 서로의 처한 입장을 존중하고 헤아려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박도신 수원서부경찰서 정보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