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피겨여왕' 김연아(24)가 국내 팬들 앞에서 최고의 연기로 미리 작별인사를 했다.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4' 시니어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5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는 국내에서 펼치는 김연아의 마지막 연기를 보려는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소치올림픽에 함께 출전할 박소연(신목고), 김해진(과천고)도 이번 경기에 참가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연기로 '비공인 세계신기록'인 80.60점을 얻은 김연아는 탱고 곡 '아디오스 노니노'에서도 침착하게 연기를 펼쳐 나갔다.
어깨를 살짝 들썩이고 애절하게 팔을 휘저으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이 뛰어올랐다.
크로아티아 대회 때에 넘어지는 실수를 저지른 부분이지만, 이번에는 실수 없이완벽히 착지했다.
트리플 플립까지 흠잡을 데 없이 뛴 김연아는 정열적이면서도 애틋한 곡의 정서와 어울리는 동작을 섞으며 연기를 이어가다가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점프까지 문제 없이 소화했다.
플라잉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에 이어 빨라지는 음악의 박자에 맞춘 화려한 스텝 연기가 빙판을 가득 채우며 연기가 첫 번째 절정을 맞았다.
경기 절반이 지나 기본점에 10%의 가산점이 붙는 구간에 들어선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 점프를 뛰며 힘차게 후반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약간 흔들렸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마지막 더블 루프를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트리플 살코를 안정적으로 뛰며 다시 페이스를 회복했다.
살코 점프를 마치자마자 멈추는 음악과 함께 양 팔을 앞으로 뻗으며 포인트를 준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과 코레오 시퀀스로 다시 우아한 연기력을 뽐냈다.
느리게 흐르던 음악이 점차 빨라지자 김연아는 더블 악셀 점프를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1회전으로 처리하는 실수를 했다.
하지만 이내 절정으로 향하는 음악에 맞춰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펼쳤다.
강한 악센트가 느껴지는 음악과 함께 독특하게 양팔을 교차하는 동작으로 연기를 마무리한 김연아는 약간의 아쉬움이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관중들은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김연아가 마지막 스핀 연기에 들어가자 우승을 예감하며 끊임없는 박수로 감동을 표현했다.
김연아의 마지막 손짓이 끝났을 때는 모든 관중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고, 빙판 위에는 수많은 인형이 쏟아져 내렸다.
'올림픽 2연패'를 향한 길을 남겨 둔 김연아에게 팬들은 한참 동안 응원의 함성을 보냈고 김연아도 손을 흔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도 관중석으로 손을 흔들며 결과를 기다리던 김연아는 합계 227.86이라는 점수로 우승을 확정하자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다시 한 번 팬들의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연아와 국내 팬 모두에게 최고의 작별 인사이자 완벽한 '올림픽 리허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