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하시설 폐쇄… 고층 주민 현관수거함 이용 '황당'
"분양가에 포함된 시설 못쓰다니 엉터리 설계" 분통
인천 송도·청라·남동구 한화지구 등 고급 아파트단지에 설치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인천지역 집하시설 설비에 들어간 비용은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가 섞이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자원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경인일보는 쓰레기집하시설의 문제점과 원인 등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인천시 남동구 한화지구 에코메트로 등 5천여세대 아파트단지에 수백억원을 들여 설치된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현재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한다.
2011~2012년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모두를 대상으로 자동집하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쓰레기가 서로 섞이면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나 비료로 만드는 자원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집하시설의 투입구는 일반과 음식물 쓰레기가 각각 다르지만 이송관로는 하나로 돼 있다 보니 쓰레기가 섞이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남동구는 음식물쓰레기는 문전 수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최근 남동구에 준공된 '에코메트로 3차 더타워' 아파트도 각 층에 음식물쓰레기 투입구가 있지만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고 폐쇄돼 있다.
주민들은 다른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1층까지 내려와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주민들은 구청에 음식물쓰레기를 자동집하시설로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만구 에코메트로 3차 더타워 임시 입주자대표회장은 "수백억원을 들인 집하시설 설비 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며 "시설비용은 분양가에 포함시키고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설계 단계부터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음식물을 자동집하하면 일반쓰레기와 뒤섞여 자원화가 어려워진다"며 음식물쓰레기 자동집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쓰레기 수거차 없는 도시'를 모토로 삼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에도 이 같은 '쓰레기 문제'에 대한 민원이 불거질 전망이다.
송도와 청라국제도시는 현재 음식물과 일반쓰레기 모두를 자동집하시설로 수거해 소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원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화를 하려면 분리 배출을 해야 한다. 현재 인천 전 지역에서 운영 중인 모든 쓰레기집하시설은 음식물과 일반쓰레기 투입구는 다르지만 관로는 하나로 돼 있어 쓰레기가 섞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천시는 인천환경공단 송도사업소 내 음식물쓰레기자원화 시설 공사를 진행 중이고, 환경부는 2016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환경녹지과 관계자는 "송도지역의 음식물쓰레기를 자원화할 계획인 만큼 기존 송도 소각장 내에 자원화시설을 공사 중이다"며 "현재로선 쓰레기가 섞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