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논란으로 특정 출판서의 채택 철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고교 중 유일하게 교학사 출판 교과서를 채택한 상태인 군 자녀 기숙형 학교 파주 한민고도 교과 선정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방부 한민고 학교설립팀은 7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교사와 학교설립팀 관계자 등 7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사 교과서 선정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한민고는 역사 교사와 다른 고교의 역사 교사 3명 이상을 교과선정위원으로 위촉해 교학사 출판 교과서를 포함,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대상으로 교과 선정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교과선정 절차를 언제 다시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방부 학교설립팀의 한 관계자는 "한국사 교과서 선정을 무기한 연기했다"며 "담당 교사의 판단이 서면 여론에 휩싸이지 않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논의해 교과서 선정을 다시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민고의 이 같은 결정은 학교 공식 인터넷 카페에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비난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논란이 가열됐기 때문이다.

이날 카페 학생 게시판에 '한민고등학교 신입생 여러분들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신입생은 "한민고등학교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크게 실망했다"며 "친일 미화, 사실 오류, 누락 등의 문제가 넘쳐나는 교과서로 올바른 역사교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앤젤라'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이 학생은 "한민고는 군인 자녀를 위한 학교로 학교의 행동과 실적은 군인의 얼굴이 될 수 있다"며 "국가 안보를 위해 일하는 부모님을 욕보이지 않고 학생들이 학교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엉오엉'이란 아이디의 또 다른 학생은 "입학하기 위해 노력했고 입학 후에도 자랑스러워서 주위에 알렸던 학생들을 부디 입학 전부터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달라"며 "학교를 위해, 학생들을 위해 (교학사 교과서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학부모 게시판에는 교학사 교과서 철회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야키사랑'이란 아이디를 사용한 학부모는 "예비소집일에 단체행동을 하자"라며 "모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반대 피켓을 준비, 예비소집에 참여하고 언론에도 알리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잘아'라는 아이디의 학부모도 "학부모들의 적극적 반대의견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유도할 것"이라며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한민고는 오는 3월 개교를 앞두고 지난해 말 인근 고교 역사 교사 3명이 참여한 교과협의회를 열고 국방부 학교설립팀이 학교운영위원회를 대신해 교학사 출판 교과서를 한국사 교과서로 채택했다.

한민고는 국내 첫 군인 자녀를 위한 기숙형 학교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아 한민학원을 설립하고 정부예산 350억원과 국방부 호국장학금 200억원을 지원받아 파주시 5만9천여㎡에 학교를 조성했다.

이 학교는 현재 13학급 400명의 신입생 선발을 마치고 교사 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초대 교장에는 전영호 전 경기과학고 교장이 내정됐다.

한편 전주 상산고를 마지막으로 교학사 출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전국 고교 10여곳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모두 철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