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랭글' 美연방 하원의원
상하원 막론 설득과 조정 통해
국익 도움되는 정책 소신껏 추진
우리도 많은 경제현안 해결위해
중심 잡아주는 정치원로 필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찰스 랭글(Charles Rangel) 미국 연방하원이 23선에 도전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85세 노령이다. 우리 인식으로 보면 '나이 많은 늙은이'로 현역에서 은퇴하고 물러앉아야 할 나이다. 그러나 랭글 의원은 80세를 넘어서도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찰스 랭글 의원은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이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직접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던 의원이다.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20세인 1950년에 6·25전쟁에 참가하여 많은 공로로 무공훈장도 받았다. 전쟁 후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가난한 서민과 흑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였다. 1971년부터 하원의원을 역임하고 있으며 하원 세입위원장 등 주요 요직을 경험한 22선의 정치원로이다.
85세로 23선에 도전하는 랭글 의원 모습과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6·25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1963년에 걸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 규모로는 약 7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집단이다. 대부분이 직장에서 퇴직하였거나 서서히 퇴장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1955년생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1세대이다. 초등학교부터 다양한 교육제도의 시험대에 올랐었고, 급변하는 정치, 경제, 사회 변화에 적응하느라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 국가와 사회발전에 대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1955년생이 올해로 예순이 된다. '인생은 60세부터'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한 60세를 논어에서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하게 된다"는 뜻으로 '이순(耳順)'이라 했다.
과거 60세라고 하면 은퇴를 당연시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의욕도 왕성하다. 새로운 분야에서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동안 현장에서 뛰며 익힌 전문성을 발휘하고 다양한 경험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와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
찰스 랭글 의원은 상·하원을 막론하고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면 소신껏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치원로로서 막힌 것을 풀고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9년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 법안' 입법을 주도하기도 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교착상태에 있을 때 한국을 방문해 이해관계자의 설득과 조정을 강조하였다. 한미 간에는 쇠고기, 쌀, 자동차, 지적재산권,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등 어려운 통상 이슈가 많다. 이에 대처하는 전략과 방안, 지혜와 슬기를 보면서 원로의 역할과 책임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고용, 복지, 성장, 분배, 통상 등 많은 경제 현안이 있다. 경제 현안을 다룸에 있어 지나친 이념 대립으로 몰아가거나 이분법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랭글 의원처럼 설득과 조정,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원로의 역할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최근 필자는 찰스 랭글 의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농업 발전과 국제협상, 한미 교역증진과 외교발전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OECD 근무, 통상협력과장, 국제협력과장, 주미 대사관 농무관을 거치면서 많은 협상을 마무리하고 여러 파동도 겪었다. 잘 마무리된 이슈도 있었으나 아직까지 미진한 과제도 많다.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80대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찰스 랭글 의원을 보면서 새삼 많은 것을 느낀다. 2014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靑馬)의 해이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청마의 기운을 이어받아 '인생 2기'를 맞은 베이비부머들의 열정적인 도전을 기대한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