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수원시 팔달구의 공원을 찾은 하모(29)씨는 한 조사전문기관으로부터 '공원 이용 만족도 설문 조사'에 응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답을 하나씩 써내려가던 하씨는 설문지 끝부분에서 대형공원 유료화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사기관 직원에게 묻자 "시에서 추진하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씨는 "생뚱맞은 질문에 의아하기도 했고, 없는 살림에 공원에 오가면서까지 돈을 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조금은 화가 났다"고 털어놓았다.

수원시가 각종 행정분야의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하면서 공원 유료화 찬반 여부를 함께 질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유료화의 첫 단추 아니냐'는 다소 곱지 않은 시선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많게는 한 해에만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원 관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수원시정연구원은 지난달부터 교통·보건소·공원 등 6개 행정분야에 대한 시민 만족도를 조사중으로, 이 중 공원 분야 설문조사에는 대형공원 유료화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이 포함돼 있다.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에 공원을 유료 개방하는 시·군이 하나둘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가 향후 공원 관련 시설 등을 유료화하는 정책을 검토할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생각을 조사한 것이라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공원 유료화를 추진하려고 실시한 게 아니라 연구 목적일 뿐"이라면서도 "공원 관리에는 시·군 재정으로 충당하기 버거운 예산이 매년 꾸준히 투입돼야 하는 만큼, 특정인들만 사용하는 공원시설의 유료화 등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조사에 응하는 시민들로서는 '공원도 입장료를 받으려고 하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라붙게 마련"이라며 "도내 공원들은 공연·체육·휴식 등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이 때문에 관리비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부담이 크다며 유료화를 만지작거릴 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김선회·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