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위원회에서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최종합격되면서 촉발된 교과서 파동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사실 오류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부른 교학사뿐 아니라 검정을 통과한 8종 전체 교과서에 대해 수정·보완을 권고한 데 이어 7종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려 '물타기'·'교학사 구하기'란 비판을 받았지만 어쨌든 교과서의 사실 오류와 편향된 서술을 바로 잡으려 했다.
지난해 말 교과서 수정 작업이 마무리돼 교과서 파동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를 선정하는 과정에 '외압' 시비가 일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촉구함에 따라 교과서 파동은 정치 쟁점화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가 12일 역사학 교수, 교사, 교원단체 등 전문가들에게 교과서 파동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들은 대체로 역사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지금의 사태가 불거졌다며 역사 문제를 탈(脫)정치화할 것을 주문했다.
검정 합격 후 보수·우편향이라는 지적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전방위적인 비판이 일자 새누리당에서 이를 이념논쟁화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9월 4일 자신이 주도한 '근현대사 연구교실' 모임의 첫 회의에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육훈 역사연구소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후 여당이 '역사 전쟁'이라는 차원에서 자신과 이념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교육문제는 교육 논리로 풀어야 한다"며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말고 수준 이하의 교과서가 만들어졌으면 검정에서 떨어뜨리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교육부의 수정명령까지 받아 수정·보완된 교학사 교과서의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검정 당시 수정된 479건을 포함,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 수정명령을 거치면서 고쳐진 곳이 1천500여곳에 달했다.
그럼에도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사실오류와 서술 편향 지적이 끊이지 않자 교학사는 지난해 말 자체 수정안을 교육부에 추가로 제출하기도 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육모임 회장은 "정치권에서 뭉뚱그려서 교학사는 우편향, 나머지 교과서는 좌편향으로 정의하지만 현장 교사들 입장에서는 다른 맥락"이라며 "기본을 갖추지 못한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투입하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정 교과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국정은 국가 입장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것으로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진국에서 국정 교과서를 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제도를 채택한 국가는 북한,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부의 편수기능 강화방안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가 교과서 내용에 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편수제도를 강화하려는 것은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시도"라며 "선진국의 어느 나라도 국가가 교과서를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자유발행제로 교육현장에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국정 전환이나 정부 조직의 확대가 아니라 정치나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진보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모두 독립적인 '국가교육과정위원회'의 설치를 주장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전교조 측은 사회적 합의 기구 성격의 교육과정위원회에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방향과 기본 골격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교과서의 심의를 담당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총도 정권과 이념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상설로 가동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과서 검정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무성 교총 대변인은 "교육부가 편수조직을 강화할 경우 전문가와 교육전문직에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해도 정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좀 더 발전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정파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자세를 탈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역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서술될 수 있는 지식"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논쟁이 "역사를 정치적인 이념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생각해서 일어난 정치 문제"라고 정의했다.
안 교수는 "좌우 모두 '우리 역사만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며 "학생 스스로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어떻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역사해석이 병존하면서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육훈 소장은 "정치적 중립성, 학문의 전문성을 정치권이 보장하는 것이 지금으로써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사실 오류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부른 교학사뿐 아니라 검정을 통과한 8종 전체 교과서에 대해 수정·보완을 권고한 데 이어 7종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려 '물타기'·'교학사 구하기'란 비판을 받았지만 어쨌든 교과서의 사실 오류와 편향된 서술을 바로 잡으려 했다.
지난해 말 교과서 수정 작업이 마무리돼 교과서 파동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를 선정하는 과정에 '외압' 시비가 일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촉구함에 따라 교과서 파동은 정치 쟁점화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가 12일 역사학 교수, 교사, 교원단체 등 전문가들에게 교과서 파동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들은 대체로 역사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지금의 사태가 불거졌다며 역사 문제를 탈(脫)정치화할 것을 주문했다.
검정 합격 후 보수·우편향이라는 지적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전방위적인 비판이 일자 새누리당에서 이를 이념논쟁화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9월 4일 자신이 주도한 '근현대사 연구교실' 모임의 첫 회의에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육훈 역사연구소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후 여당이 '역사 전쟁'이라는 차원에서 자신과 이념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교육문제는 교육 논리로 풀어야 한다"며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말고 수준 이하의 교과서가 만들어졌으면 검정에서 떨어뜨리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교육부의 수정명령까지 받아 수정·보완된 교학사 교과서의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검정 당시 수정된 479건을 포함,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 수정명령을 거치면서 고쳐진 곳이 1천500여곳에 달했다.
그럼에도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사실오류와 서술 편향 지적이 끊이지 않자 교학사는 지난해 말 자체 수정안을 교육부에 추가로 제출하기도 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육모임 회장은 "정치권에서 뭉뚱그려서 교학사는 우편향, 나머지 교과서는 좌편향으로 정의하지만 현장 교사들 입장에서는 다른 맥락"이라며 "기본을 갖추지 못한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투입하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정 교과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국정은 국가 입장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것으로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진국에서 국정 교과서를 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제도를 채택한 국가는 북한,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부의 편수기능 강화방안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가 교과서 내용에 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편수제도를 강화하려는 것은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시도"라며 "선진국의 어느 나라도 국가가 교과서를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자유발행제로 교육현장에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국정 전환이나 정부 조직의 확대가 아니라 정치나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진보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모두 독립적인 '국가교육과정위원회'의 설치를 주장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전교조 측은 사회적 합의 기구 성격의 교육과정위원회에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방향과 기본 골격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교과서의 심의를 담당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총도 정권과 이념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상설로 가동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과서 검정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무성 교총 대변인은 "교육부가 편수조직을 강화할 경우 전문가와 교육전문직에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해도 정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좀 더 발전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정파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자세를 탈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역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서술될 수 있는 지식"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논쟁이 "역사를 정치적인 이념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생각해서 일어난 정치 문제"라고 정의했다.
안 교수는 "좌우 모두 '우리 역사만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며 "학생 스스로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어떻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역사해석이 병존하면서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육훈 소장은 "정치적 중립성, 학문의 전문성을 정치권이 보장하는 것이 지금으로써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