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배우들이 충무로를 장악한 지 오래된 충무로에 올해는 여성들의 도전이 거셀 전망이다.

다음달까지 황정민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와 김강우 주연의 '찌라시:위험한 소문'을 빼고는 한국 상업영화들이 모두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일 정도로 이른바 '여성영화' 풍년을 맞고 있다.

첫 단추는 오는 22일 개봉하는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가 채운다. '도가니'(2011)로 흥행몰이한 황동혁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내세운 코미디다. '써니'(2011)로 주목받은 심은경이 원톱 주연을 맡았고, 나문희·김현숙 등이 그 뒤를 받쳐준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여성의 꿈과 사랑을 담았다.

여배우로는 흥행 타율이 가장 좋은 박보영이 주연으로 나서는 '피끓는 청춘'도 기대작이다. '거북이 달린다'(2009)의 이연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1980년대 충남 홍성을 주름잡는 여자 일진과 전설의 카사노바 등 뜨거운 청춘의 로맨스를 그렸다.

이종석이 전설의 카사노바로 출연하지만 극을 이끄는 무게중심은 어디까지나 박보영에게 쏠려 있다. 824만명을 모은 '과속스캔들'(2008)과 665만명을 동원한 '늑대소년'(2012)으로 흥행 대박을 기록한 박보영이 또 한 번 홈런을 칠지가 관전포인트.

아예 여성캐릭터 세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도 있다. 하지원·강예원·손가인이 나서는 '조선미녀삼총사'와 엄정화·문소리·조민수가 나서는 '관능의 법칙'이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조선미녀삼총사'는 완벽한 검거율을 자랑하는 조선 팔도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마치 할리우드 영화 '미녀삼총사'(2000)처럼 뛰어난 무술실력과 미모를 갖춘 여성 3인조의 활약을 담은 액션 활극이다. 박제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조선미녀삼총사' 강예원·하지원·손가인(왼쪽부터)
명필름이 제작한 영화 '관능의 법칙'은 40대 여성의 사랑과 성을 솔직하게 그린 영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작을 바탕으로 '싱글즈'(2003)의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1~2월에 개봉하진 않지만 명필름이 제작하고 염정아·문정희 등이 주연으로 출연한 '카트'와 손예진이 이끄는 100억원대의 대작 '해적'도 하반기의 기대작들이다.

이처럼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연초부터 극장가에 대거 소개되자 영화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영화가 2년 연속 1억 관객을 돌파하고, 지난 2년간 매년 1천만 관객 영화를 배출했으나 그동안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 중 '써니'(2011)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흥행 성적을 보여준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영화의 약진이 한국영화의 다양성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영화산업이 안정화 단계에 돌입하다 보니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여성 연기자를 주연으로 한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여배우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다채로운 영화가 나오는 토양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