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굶으면 뇌 신경전달물질 늘어
우울·수면 등 정서에 악영향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원인 해결 못하면 '원점으로'
감량체중 1년유지 고작 1%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결심 중 하나가 다이어트다. 어떤 사람들은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 때문에, 어떤 이들은 퇴행성 관절염이나 통풍 같은 근골격계 질환 때문에, 다른 이들은 미용상의 이유로 체중을 빼고자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흘도 못가서 실패하는데, 여기에는 비밀이 있다. 체중을 감량하고자 결심하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체중을 감량하는 사람의 비율은 절반이 조금 못 된다.
그중에서도 실제로 의미가 있는 체중 감량에 이르는 사람은 5%에 불과하다. TV에 나오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큼 체중 감량은 생각보다 어렵다.
게다가 감량된 체중을 1년 이상 유지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불과 1%이다. 이는 거의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정도의 확률이다.
왜 이렇게 다이어트는 어려운 것일까?
첫째,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다이어트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한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 저울의 균형추를 마이너스 쪽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몸에서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현재 저장된 에너지를 꺼내 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음식물 섭취를 증가시키거나 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양을 감소시켜 부족해진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한다. 따라서 우리 몸은 체중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적응이 되는 것이다. 이를 되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 섭취의 감소는 특히 뇌에 영향을 주어 식욕을 증가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은 늘리고 식욕을 감소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은 감소시킨다.
이들 신경전달물질은 식욕에만 관여하지 않고 우울, 불안, 수면 등 사람의 정서에 영향을 준다. 다이어트를 하면 기분이 저하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둘째,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다이어트는 실패를 잘 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금연도 첫 번에 담배를 끊을 확률보다는 3∼4회 정도 실패를 한 후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높듯이 다이어트도 실패를 통해서 자신이 실패한 이유를 잘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확실히 세워 놓았을 때야 성공할 수 있다. 체중이 느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는 "환자 중에 130㎏이 넘는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어려서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을 겪어서 그것이 상처가 되어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해결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담당의사로서 스트레스성 폭식을 조절하기 위한 대책을 같이 강구하여 실천하려고 하였지만, 그 학생은 단기간의 체중 감량에만 집착하고 마침내는 나의 조언을 무시하고 체중감량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에는 체중이 50㎏ 이상 감량되는 등 좋은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 그 학생은 수술 전 체중보다 체중이 더 늘어있다. 대개 다이어트를 하다가 실패한 경우,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다이어트를 실패했다는 사실에 절망하기 쉽지만 이것은 다이어트를 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김종화기자
도움말/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