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행복지수 32위
사회통합·자유 등 사실상 꼴찌
이념 무장한 정치권 다툼 멈추고
언론, 올바른 보도 고민할때
국민도 '정의'로 무장해야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될지니…'. 이 시는 인도의 시성으로 불리며 시집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시인 그리고 교육자였던 타고르가 1929년 일본을 방문할 당시 한국의 한 언론인이 한국으로의 방문을 요청하였으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의 아쉬움을 담아 같은 식민지 국가의 국민으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써준 시이다.
'마음에 두려움 없이 머리를 높이 치켜들 수 있는 곳, 지식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 작은 칸으로 세계가 나누어지지 않은 곳, 말씀이 진리의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곳, 피곤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 뻗는 곳, 이상의 맑은 흐름이 무의미한 관습의 메마른 사막에 꺼져들지 않는 곳, 님의 인도로 마음과 생각과 행위가 더욱 발전하는 곳, 그런 자유의 천국으로 나의 조국이 눈뜨게 하소서, 나의 님이시어…'. 이상적인 국가의 보편적 가치를 강력하게 소망하는 이 시 역시 타고르의 시로 자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쓴 시이지만 동방의 등불 뒤에 언젠가부터 따라붙어 하나의 시처럼 되어 버렸다.
하필 이 시기에 이 시를 꺼내든 것은 그것도 일제강점기를 겪고 있는 조선의 국민들에게 독립을 염원하는 심정으로 선사한 시이기에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용한 아침의 나라 동방의 등불 따위의 소리를 들으며 자란 필자가 아득해진 그 기억들을 꺼내어 도무지 조용해지지 않을 것 같은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러운 대한민국에 2014년에는 진정으로 조용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소박한 소망을 담아보려 함이다.
분명 대한민국은 참담한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을 겪은 후에 불과 짧은 세월에 타고르의 말대로 아시아에서 등불이 되어도 될 만큼 밝아지긴 했다. 엄청난 경제적 성장과 눈부신 문화 예술의 부흥, 최고의 IT선도, 또한 세계적 스포츠 강국, 한류 등등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동방의 등불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연초에 발표된 OECD국가의 국민행복지수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지 않은지를 금방 알 수 있다. 34개 나라 중 32위 꼴찌나 다름이 없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불과 며칠 전 한 경제학자가 한국경제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참담하다 못해 언제까지 이런 상황들이 계속 되려나 두려움과 공포심마저 든다. 발표에 따르면 사회통합지수 24위, 관용부문(장애인 타인 외국인) 꼴찌, 안전부문(모든 사회안전망) 꼴찌, 자유부문(언론 출판 등등) 26위, 저출산 고령화 13위, 복지 분배 27위로 행복에 관련된 거의 전 부문에 있어 바닥을 치고 있다.
2014 갑오년(甲午年) 행운을 준다는 청마(靑馬)의 해다.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가장 바뀌어야 할 곳은 시끄럽고 지저분한 정치판이다. 아침에 눈뜨면 연일 전쟁이다. 그것도 논리전쟁이 아니라 획일화된 이념으로 무장하여 신념은 없고 일방적 주장만 있다. 수십 년 같은 싸움질을 하는 이 판이 정의로 무장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못지않게 바뀌어야 할 것은 언론이다. 국민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 중 하나가 언론이다. 냉정한 분석과 비판은 사라지고 선정적인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그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칼보다 무서운 정의의 펜대를 보고 싶다. 진학만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진로를 고민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하고 속도만 고집하는 사회가 미래를 생각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주인인 국민이 가장 바뀌어야 한다. 어느새 우리 국민도 두 가지 이념에 사로잡혀 정치권과 다를 바 없는 정의가 사라지고 냉철함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정치가 난장판이고 언론이 주눅 들고 사회가 혼탁할 때 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정의로 무장한 국민의 주권임을 깨달아야 한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 된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꿈꿔본다.
/장용휘 연출가·수원여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