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경기인천지역 대학생들이 매우 실망하는 분위기이다. 지방대 살리기는 당연하나 너무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경인지역 대학생들은 학벌에서는 '인서울' 학생들에 치이고 취업에선 자칫 지방대에 밀릴 수도 있어 참담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지방대 출신이란 이유로 원서조차 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방대출신 채용할당제 도입이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가 된 배경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초에 공공부문 신규 채용의 30% 이상을 지방대 출신자로 충원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방대육성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한해 종래 5급 공무원에만 적용되던 지방인재 특별채용제를 7급까지 확대, 해당지역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전체 채용인력의 최소 20% 이상을 선발하고 총장 추천을 받아 채용하는 인원수도 지난해 80명에서 2017년까지 12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인 민간기업도 일정비율 이상을 지역인재를 채용하도록 강제하기로 했다. 삼성 등 대기업이 작년에 지방대생 채용비율을 크게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수도권 고교출신이 대부분을 점하는 지방대의 의대, 한의대, 치대, 약대, 로스쿨 등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 고교출신 신입생을 일정비율 이상 뽑는 '지역인재전형'을 부활하기로 했다. 지방대는 해당 지역 학생들을 우대하는 전형방식으로 작년에만 68개 대학이 총 8천834명을 선발했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원자격을 특정지역 출신으로 제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고 판단해서 2014년에는 중지했던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방대 살리기를 위해 재정지원도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올해부터 매년 2천억원 규모의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을 시행, 향후 5년간 총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상의 내용들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했던 탓에 지난해 7월 새누리당의 발의로 지방대 육성법을 새로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데 첫째, 역차별 시비이다. 수도권 4년제 대학수는 전국의 10%정도이나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서울소재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지니 말이다. 수도권대학 취업률이 지방대 평균에 못미치는 이유이다. 그러나 안전행정부는 현재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의 선발처럼 정원 외로 공직자들을 뽑기 때문에 역차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소수자우대정책도 한몫 거들었다. 지방대가 국내 고등교육 인력의 63%를 양성하고 지방이 국내총생산의 53%를 담당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지방학생 특별배려는 당연하다는 식이다.

지역인재들의 지방대 우선배정에 대해서도 수도권 학생 및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반발할 수도 있어 보인다. 수도권대학 인기학과에도 서울 및 경인지역 학생들의 우선배정을 요구하면 어쩔 것인가. 더욱 문제는 법의 실효성이다. 지방대 육성법 제정의 목적은 지방학생들을 해당 지역의 인재로 양성해 지역발전에 이바지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졸업 후 이들을 강제로 해당 지역에 붙들어둘 수 없다. 헌법에서 규정한 거주 및 직업선택의 자유에 배치되는 때문이다.

대학 슬림화 작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 수도권대학들의 발목을 잡았음에도 지방대는 성장은커녕 날개 없는 추락 중이다. 저출산은 설상가상이어서 2018년에는 고교졸업자수가 대입정원보다 적어진다. 재정지원 중단과 대학폐쇄 등 보다 강도 높은 극약처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방대학 육성법으로 지방대를 대거 지원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대학구조조정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에 눈길이 간다. 이 정부의 '지방대 살리기' 내용도 포장만 바꿨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수도권 역차별 시비는 고사하고 대학경쟁력만 떨어뜨릴 수도 있어 걱정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