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현 연천군 기획감사실장
부동산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집 소유자는 집값이 떨어져서 그렇고, 세입자는 전세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고민이다. 집 가진 자가 무슨 죄가 있냐만은, 최근 들어 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가슴앓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기 힘든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따라 떠도는 '전세난민'이 된 지도 오래다.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 자녀를 둔 지방 학부모는 더욱 애가 탄다. 물론 돈이 많아 학교 인근에 고급 하숙집이나 원룸을 구해주면 좋겠지만 일반 서민들에겐 과분한 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이 해당 대학 기숙사에 입실하는 것인데 경쟁률이 높아 이마저 여의치 않다. 일이 이쯤 되자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성균관의 교과과정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으로 치면 국내 최고의 국립대학인 성균관은 학생들에게 학비는 물론 숙식비도 면제를 했다. 진사와 생원자격의 유생에게 우선 입학 자격이 주어졌으며 전원 기숙생활이 원칙이었다. 성균관에는 동재(東齋)와 서재(西齋)라는 기숙사를 운영했는데 이들 재는 각각 28개의 방으로 구성됐으며 잔심부름을 시킬 동자와 재직(齋直) 그리고 방에 불을 지피는 불목하니까지 딸려 있었다. 더군다나 듣도 보도 못한 1식 8찬을 제공받았으니 이들 학생이 누리는 호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으리라고 짐작한다.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학생 대부분은 양반 자제이기 때문에 별로 궁핍한 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별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60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과 비교된다. 지금은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나라 곳간도 꽉 차면서 풍부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 학년당 1천여만원이나 하는 대학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휠 정도다. 이 같은 점을 감안, 몇 해 전부터 각 지자체가 향토 출신을 위해 서울에 재경(在京) 학사를 운영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방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비교적 소액으로 숙식은 물론 각종 복지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천군이 서울 신설동에 지하 2층 지상 9층 39개실 규모의 '연천 장학관'을 오는 3월 개관한다. 이 장학관 건립은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쾌적하고 편리한 시설에서 오직 학업에만 전념케 함으로써 지역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곳은 78명의 남녀 대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데 본인이나 보호자가 연천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고 2년제 이상 대학에 입학하거나 다니고 있으면 입주자격이 주어진다. 월 12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에 숙박은 물론 하루 세 끼 식사가 제공된다. 올해 갓 출범하게 될 '연천 장학관'이 조선시대 성균관의 동·서재처럼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 엘리트 양성소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길 기대한다.

/김덕현 연천군 기획감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