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독신일때보다 이득 더 클땐
합리성에 의거한 의사결정 결과
이득중 가장 큰 건 자녀 키우기
가족간 사랑·신뢰 행복감 높여
그러나 올라가는 양육 비용탓
미혼여성들 결혼 욕구 줄기만…


지난 주말 꽃다운 대학 새내기 때 만나 나름의 부침을 겪어내고, 도덕적으로 확고해져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립(而立)의 시기를 훌쩍 넘겨 비로소 그 긴 연애의 끝을 맺은 후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인생의 무덤이라는 결혼으로 돌진하는 용기 있는 후배를 위해 축하카드를 쓰려고 결혼과 관련된 아름다운 말들을 찾다가 그 수많은 현실적이고 엄포 섞인 조언들 앞에 아연해져 결국 카드 쓰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결혼을 왜 하는가라는 물음에 일부 학자들은 결혼이란 두 당사자 간의 협조적인 타협의 결과물이라고도 하고, 혹은 다양한 인간행동과 상호작용에까지 경제적 분석의 영역을 확장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Gary S. Becker)는 경제인으로서 합리성에 근거한 의사결정의 결과라고도 하였다. 결혼이라는 행위를 경제적으로 분석해보면, 두 미혼 남녀는 결혼으로부터 얻는 이득이 독신일 때 얻게 되는 각자의 이득보다 크기 때문에 결혼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또한 결혼의 대가가 결혼의 비용보다 클 때에도 단순의사결정 모델을 통해서 설명하면 간단히 이해되는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결혼에 드는 비용을 혼인수속이나 결혼식 비용 등과 같은 거래비용(transaction cost)과 결혼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독신의 이득인 포기비용(forgone cost)을 합한 결혼의 총비용(total cost)이 결혼을 통해 얻게 되는 이득보다 작기 때문에 기꺼이 결혼에 이르게 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결혼의 이득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독신보다 결혼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남녀가 결혼을 통해서 얻게 되는 자녀와의 사랑이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가 결혼생활을 통해서만 얻게 되는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이론(異論)의 여지는 차치해둔다면 말이다. 앞서 베커는 가계가 구매한 재화와 서비스에 시간이라는 자원이 더해지면 다양한 산출물들이 생산될 수 있는데, 이를 가계생산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가계생산의 산출물은 모든 가사활동, 가족 간의 사랑과 신뢰,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것 등이다. 따라서 결혼을 통해서 가정에서만 생산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산출물인 자녀와의 사랑을 소비하면서 결혼당사자들은 결혼에 대한 행복감이나 효용감이 증대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얼마 전 전업주부의 양육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많고 심각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앞서 제시한 것처럼 자녀가 결혼 후 당사자들이 가계생산을 통해 얻게 될 산출물 중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장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들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온 까닭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미혼 여성 10명 가운데 약 6명만(56.7%)이 결혼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결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답변도 여성(13.3%)이 남성(25.8%)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부부들, 특히 주부들에게 가해지는 출산 및 양육의 스트레스가 너무 높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또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일은 가계가 보유한 한정된 자원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결혼이 가져다주는 최대의 행복인 자녀와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산출하고 이를 통해 행복감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결혼 당사자들이 한정된 자원을 자녀출산에 기꺼이 지출하려는 의사결정에서부터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지속적인 투자를 감내하고자 하는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자녀 1명을 낳아서 대학을 졸업시키기까지 자녀 1인당 총 양육비가 약 3억9천만원이 든다는 요즘의 현실에서 월평균 자녀 1명당 양육비가 매년 15%이상씩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혼에 용기를 낸 후배가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용단을 기꺼이 내릴 날을 고대해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