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의 연대 문제를 놓고 야권내 정치세력간 복잡한 셈법이 엇갈리면서 '동상이몽'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의 정면승부를 계속 벼르면서도 '선(先)혁신-후(後)연대'라는 단계적 연대론에 군불을 때는 쪽으로 일정부분 '궤도수정'에 나선 모습이다.

제1야당으로서 지방선거 승패 여하에 명운이 달린 상황에서 야권 분화 내지 분열이 고착될 경우 이른바 '다자필패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에서다.

그러나 독자세력화의 시험대에 선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진보정당 존재감 찾기에 나선 정의당은 "연대는 없다"고 선긋기로 일관하고 있어 신경전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방선거와 맞물린 야권의 재편 과정을 둘러싼 첨예한 주도권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민주당 노웅래 신임 사무총장은 16일 일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했던 식의 나눠먹기식 연대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것은 해서는 안된다"면서도 "일단 정치혁신, 변화를 통해 정면승부를 하고, 그러고도 정부·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구도가 된다면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나눠먹기'식으로 전개돼온 기계적, 정치공학적 단일화 불가론을 분명히 하면서도 '선혁신-후연대'라는 단계적 연대론을 꺼내든 셈이다.

다만 노 사무총장은 이번 지방선거의 1차 목표로 '서울 수성, 경기 탈환'을 들며 수도권의 주요 자리를 안철수 신당에 쉽사리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 안 의원측과의 일전을 예고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견제세력을 약화시키는 분열은 새정치가 될 수 없다"며 "새정치는 분열이 아닌 통합과 불통정치에 맞서 더 강한 견제와 정치문화의 근간을 바꾸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분열의 낡은 정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마이웨이'에 나선 안 의원측을 우회 겨냥했다.

재선 고지 달성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민주당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들도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나와 안철수 신당측과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여러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 좋은 인연과 생각은 계속되는 게 필요하다"며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경쟁이 아닌 다른 큰 상생의 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국민의 눈높이에서 진심으로 생각과 소신이 같다면 힘을 합치는 게 국민의 뜻"이라며 "자꾸 분열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서로 소신과 정책, 뜻이 맞으면 자꾸자꾸 힘을 모으려고 하는 노력을 한다면 그러한 노력을 국민이 예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측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의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을 전후해 정권교체 여론이 더 컸음에도 불구, 야권이 국민에게 충분한 신뢰를 못 줬기 때문에 진 것"이라며 "야권에 필요한 건 혁신이지 단순히 지금 모습 그대로 뭉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고 '단일화 회의론'을 거듭 역설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전날 교통방송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에 출연, "세력과 구조를 바꾸라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선 연대를 고려해선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 원칙"이라며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등 최대한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종북 논란으로 야권연대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적으로 800여명의 후보를 출마, 최대규모를 기록했던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더 많은 수의 후보가 전국에서 출마할 것"이라며 '진보·민주세력'의 연합·연대를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