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4개월 넘게 남았지만, 정치권은 벌써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불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여야 예비 후보자들의 공식 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조기 과열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추진중인 '신당'의 지지도가 제1 야당인 민주당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지방선거 역시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한창 가열되는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의 기세에 조바심이 난 기존 여야 정당의 잠재 후보군들이 이른바 '선점 효과(first-mover advantage)'를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층이 민주당과 많이 겹친다는 점에서 '3자 구도'를 내심 바라는 기류가 지배적이지만, 선거전 막판에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후보들이 어떤 식으로든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여당의 개별 후보들은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새해 벽두부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 문제로 격돌한 대목 역시 이 같은 과열 분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게임의 룰'을 만드느냐가 지방선거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각각의 쟁점마다 유불리를 따져가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형국이다.
이는 유권자를 의식한 '개혁 선명성 경쟁'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의 룰'을 관철시키겠다는 당리당략적 발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해 사활을 건 승부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의원 공천 폐지에 부정적 견해를 굳혀가는 대신 상향식 공천제와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제)' 도입, 후보자 전과 공시제 등을 제안하면서 기선 제압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여야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의원 공천 폐지를 지켜야 한다며 여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참여연령을 18세로 한 살 낮추고, 투표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기존보다 2시간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여야 모두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각자 이익을 관철하고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워낙 견해차가 커 조율이 쉽지 않다. 결국 여야는 이달 말 끝나는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다음 달까지 연장하는 게 불가피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신당 추진을 이끄는 안 의원도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논란에 뛰어들었다.
안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정개특위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정치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려 하고 있기에 국민 입장에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정개특위의 즉각 해산과 전면 재구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구태 정치', '초보운전자의 자기망상'이라며 안 의원을 맹렬히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처럼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도 전에 과열 조짐을 보이자 일찌감치 불법선거 운동 단속에 나섰다.
선관위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의 줄 서기와 줄세우기 등 선거 관여행위, 후보자 추천·사퇴와 관련한 금품 수수행위, 민심을 왜곡하는 불법 선거여론조사, 불법 선거운동조직 설립을 '4대 중대 선거범죄'로 정해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