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컬링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4강 신화'를 바탕으로 사상 최초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린다.사진 왼쪽부터 이슬비, 김지선, 신미성 /연합뉴스
짧은 역사 열악 환경에도
선수들 끌어모아 팀 완성
道실업팀 창단 훈련 지원
대회마다 강적 꺾고 정상
올림픽 메달후보 급부상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18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가장 높은 종합 순위 5위(금6·은6·동2개)를 차지한 한국은 오는 2월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 4개 이상을 획득해 3회 연속 세계 '톱10'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는 스키, 빙상,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컬링, 아이스하키, 루지 등 7개 종목(15개 세부 종목)에서 총 98승의 금메달을 놓고 각국 선수들이 자웅을 겨룬다.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하는 경기도 선수들도 빙상, 스키, 컬링, 봅슬레이, 루지 등에 출전해 한국의 메달 레이스에 큰 힘을 보탤 각오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소치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빙판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치밀한 작전과 세밀한 경기 운영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체격 조건에 따른 격차가 크지 않아 한국 동계스포츠의 미래 전략 종목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에선 역사가 짧은 터라 저변이 열악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 컬링의 전기를 마련한 주인공은 바로 소치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이다.

도청 컬링팀은 정영섭 감독과 최민석 코치의 지휘 아래 주장격인 스킵 김지선, 리드 이슬비, 세컨드 신미성, 서드 김은지, 막내 엄민지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이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당시 중학교 교감이었던 정 감독은 성신여대 선수 5명을 데리고 처음 팀을 구성해 한국 여자 컬링의 서막을 열었다.

훈련비를 충당하기도 버거운 형편이라 팀을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 감독은 알음알음으로 선수를 끌어모은 끝에 지금의 멤버를 완성했다. 당시 도체육회는 대회비 및 훈련비를 지원했지만 이들이 생활하기에는 모자랐다.
 

선수 구성도 말 그대로 '외인구단'이었다. 정 감독은 대회 출전을 위해 중국에 갔다가 현지 팀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떠돌이 선수 생활을 하던 컬링 유학생 김지선을 데려왔고, 학생시절 선수생활을 하다가 포기하고 유치원 교사가 돼 있던 이슬비를 설득해 팀에 합류시켰다. 성신여대 학생이던 김은지는 학업을 포기하고 입단했다.

이들의 투혼은 마침내 2012년 3월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4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며 결실을 맺었다.

이때의 성적은 2년 뒤 소치 동계올림픽의 출전권을 따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경기도도 이들이 안정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2013년 실업팀을 창단했다.

도청 컬링팀은 지난해 4월 국내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소치행을 확정지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따낸 소치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메달 프로젝트'를 가동한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기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 중국오픈에서 '종주국' 캐나다에서 출전한 팀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대회에서 홈팀 중국을 물리치고 3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렇게 낭보를 거듭하다 보니 이제는 메달 후보로까지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대표팀은 주위의 기대에 흔들리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올림픽을 준비중이다. 이들은 섣부른 기대를 부풀리기보다 '최하위 후보'로 시작해 강호들을 연전연파한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 때처럼 도전하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대표팀은 '소치의 기적'을 위해 새해부터 스코틀랜드에서 맹훈련 중이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