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패와 작법무 예능 보유자인 능화 스님이 "올해 상반기에 무형문화재전수관이 완공됩니다. 그곳을 불교음악을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분들에게 기회로 제공할 생각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그 수준에 맞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월정사 출가후 무염스님으로부터 작법무 일체 전수
보존회 조직 청소년·대학생 대상 활발한 교육활동
AG 성공 대법회·무형문화재전수관 활성화 본격화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사찰, 그 안에는 범패와 작법무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자료로 가득하다.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0-가호 범패와 작법무 예능보유자인 능화스님이 상주하며, 작품을 구상하고 연습하는 곳이다.

범패는 불교음악을 이르는 말이고, 작법무는 불교무용을 말한다. 범패와 작법무는 수륙재, 영산재, 예수재 등과 같은 불교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하는 음악과 무용이다.

스님은 "범패는 진리를 노래하고, 작법무는 진리를 춤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범패와 작법무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공양을 올림으로써 그 공덕으로 중생들의 안녕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불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의식을 행할 때 스님들의 노래를 통해 진행해 왔다. 범패와 작법무는 부처님 살아 생전에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역사상으로는 중국 3세기 전반에 조식(曺植·조조의 셋째 아들)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덕왕대의 승려 월명의 일화에서 범패가 신라에 전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작법무는 원효대사가 무애춤을 추며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기록에서 일찍부터 불교무용이 행해졌음을 살필 수 있다.

오늘날의 범패와 작법무는 신촌 봉원사를 중심으로 송암 스님 등이 계승하였고 그 문하에서 많은 스님들이 배출되었다.

능화스님은 강원도 월정사에 출가해 득도한 후 자비정사의 무염스님으로부터 작법무 일체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근현대 불교의식의 도량이었던 봉원사에서 불교의식을 전수받아 인천 구양사를 중심으로 전승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스님의 활동은 그 폭이 넓고도 깊다. 스님이 보유하고 있는 예능을 제자들에게 전수하고자 하는 의지는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사)범패와작법무보존회를 조직해 체계적인 보존과 전승을 하는 것은 물론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문학정보고등학교,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 참가하였고,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는 학부생에서부터 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였다.

많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바탕에는 예능활동을 하는 것에만 멈추지 않고 연구활동을 병행한 스님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스님은 2003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불교무용의 사상적 의미와 문화예술적 가치 연구'라는 주제로 학위를 취득한 철학박사이기도 하다.

스님의 교육활동은 활발한 공연활동으로 확대되었다. 지도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발표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식전공연에 초대되는 등 총 공연횟수가 2천700여회에 이른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스님에게 특별히 기억나는 공연이 있는가를 물어보았다.

"2001년 국립국악원 50주년 특별공연에 초청되어 공연을 했던 일,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알리기 위해 러시아 카펠라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했던 일, 지난해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개막공연에 초청되었던 일 등이 기억납니다. 그 중에서도 2000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했던 공연은 잊을 수 없는 공연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그렇게 감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거든요. 처음 보는 노래 소리와 낯설은 춤동작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것이었겠지만 저희는 그 공연을 위해 많은 소품을 준비했습니다. 복장은 물론 악기와 무대장식물 모두 한국에서 가져갔어요. 그것도 최근에 만든 것이 아니라 제가 보존하고 있는 옛 물건들을 다 가지고 갔습니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것들 모두가 새롭게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공연에 대한 스님의 회고담이다.

스님의 활동은 2008년 범패박물관 개관으로 확대된다. 그동안 수집한 많은 자료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펼쳐 보인 것이다. 스님의 박물관은 범패관련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의 박물관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올해 스님의 활동계획을 물어보았다. 스님의 활동 폭이 대단히 넓은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올해 계획이 더욱 궁금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만 6월 6일에 행하는 현충재의 내용을 다양화시킬 계획입니다.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청소년글짓기대회와 그림그리기대회, 범패관련 우표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봉축 등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태고종 인천 종무원장이거든요. 그래서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대법회를 열 생각입니다.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는 세계화폐전시회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세계를 다니면서 모은 동전과 지폐들이 꽤 모여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선수들과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생각입니다. 한편으로 그들에게 입장료 대신 화폐를 기증받을 생각입니다"라고 말한다.

박물관의 소장품을 다양화하고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려는 스님의 지혜가 돋보인다.

스님의 계획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어서 "올해 상반기에 무형문화재전수관이 완공됩니다. 그곳을 활성화시켜야합니다. 먼저 학점은행제를 시행해 대학에서 불교음악을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그 수준에 맞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겁니다. 그리고 10월에 열리는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 제가 지도했던 학생들을 데리고 참가할 예정입니다. 학생들에게 식당작법(食堂作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날 불교의 사찰음식이 각광받고 있고, 스님들의 발우공양이 환경보전과 딱 맞는 것이거든요. 학생들에게 이것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식당작법이란 스님들이 불교의식을 하는 중간에 발우공양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불교음악과 무용 등 예술 전반이 어우러져 있다.

식당작법은 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해야할 만큼 가치가 높은 불교문화이다. 스님의 기획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스님은 평생 불교문화예술을 위해 살아왔다. 그것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불교의 진리를 전파하는 삶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님은 결코 종교의 테두리에 갇혀 있지 않는다. 예술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추진력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스님의 활동이 어디에까지 확대될지 그 기대가 자못 크다.

글=심효섭(가천박물관 학예실장, 인천광역시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