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한잔' 말뿐… 주취폭력 등 사건·사고 후유증 심각
선진국선 공공장소 음주도 범죄 규제앞서 절주노력 절실

 
한 번 술잔을 들면 끝장을 보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문화. "간단하게 소주 한 잔 하자"고 시작한 술자리는 절대 간단하지도, 한 잔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폭탄주'를 만들어 주고 받다 보면 2~3차 술자리로 옮기는 것은 필수 코스다. 너도나도 '원샷'을 외치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넘어가고 모두 잠든 새벽까지 술과 씨름하기 일쑤다.

문제는 이렇게 마신 술이 다음날 아침의 '숙취'로만 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취객들의 소란과 술자리 사소한 시비로 인한 사건·사고 등은 매일 새벽 경찰서·지구대의 사건일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술 취하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술에 관대한 우리의 문화.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음주문화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21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인천지역 전체 기초질서위반사건(경범죄) 7천554건 중 음주소란은 1천413건으로 전체의 18.7%를 차지했다. 2012년 469건, 2011년 642건보다 2~3배 늘어난 수치다.

경범죄 수준을 넘어서는 사건·사고도 비일비재하다. 취객과 택시기사 또는 대리운전기사 간의 요금시비 폭행사건, 직장동료·선후배 간 술자리 말다툼이 폭행으로 비화된 사건 등은 이미 경찰서 단골사건이 됐다.

대검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2012년 발생한 살인·강도·폭력 등 전체 강력범죄 52만7천여건 중 30.5%는 주취자가 저지른 사건이었다. 특히, 폭력의 경우 18만3천건 중 절반(49.9%)이 주취자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의 이 같은 음주문화를 외국인들도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해외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처럼 음주에 관대하지 않다.

미국 뉴욕에서는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공공장소에서 뚜껑이 열린 술병을 들고 있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범죄행위에 해당돼 과태료가 부과된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하거나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면 벌금을 부과할 뿐 아니라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의 주취상태를 140년 전인 1873년부터 범죄행위로 규정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2012년 7월 새누리당 박성호(창원시 의창구) 의원이 공원이나 공연장 등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 심사 중이다.

삐뚤어진 음주문화를 '착한 음주문화'로 바꾸는 것은 우리 인천시민 각자가 노력해야 할 과제다. 법으로 음주문화를 규제하기에 앞서 우리들의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대한보건협회의 '절주 10계명'은 이 같은 음주문화를 개선하는 지침으로서 참고할 만하다.

인천 연수구알코올상담센터 관계자는 "각종 행사, 모임마다 술자리가 뒤따라다니는 문화, 폭탄주·잔돌리기 등이 당연시되는 직장인 회식문화 등 바꾸어야 할 술문화가 너무나도 많다"며 "개인이 술을 자제하려고 해도 주변의 권유를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라 사회 전체적으로 절주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