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을 살다 간 이규상은 유명 문인은 아니다. 또 '일몽고'나 '인주요', '속인주요' 등 그가 남긴 작품을 토대로 봤을 때 인천에 머문 시간은 고작 3~4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규상은 인천 문학사의 주요 인물로 꼽아야 한다. 그 힘은 편견없는 시선과 세밀한 필체에 있다.

이규상은 특이하게 '전(傳)'의 형식을 빌려 인천의 부자(富者) '김한진'을 소개했다. 소설이나 설화·야담을 통해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사례는 있지만 전의 형태로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점이 바로 이규상의 문학적 용기이자 이규상 문학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용기있는 글은 우리에게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착한 부자'의 실체와 마주하게 한다.

이규상 문학속 김한진이 살았던 시대와 오늘날의 환경과 생활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부를 향한 집착과 일확천금을 좇는 현상, 부자들이 스스로 발산하는 부정적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 소개하는 이규상의 '김부자전'은 그 존재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