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오석 부총리 '정보유출 소비자 책임' 발언 논란 확산.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용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에 대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소비자책임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현오석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방지대책'을 확정, 발표하기 전 사전 논의 성격의 자리였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부 대책을 묻는 기자들과 질의·답변 과정에서 정부의 대책을 전제로 금융소비자의 역할을 촉구한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기재부는 정부가 금융기관의 포괄적 동의요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만큼 잘못된 관행이 고쳐질 수 있도록 앞으로 금융소비자도 금융거래 시 꼼꼼하게 정보동의 제공동의서를 살펴볼 필요성 있다는 의미에서 발언한 것이었다고 23일 해명했다. 

현오석 부총리 역시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불안과 불편을 겪고 계시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정부는 금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엄격히 묻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현오석 부총리 '정보유출 소비자 책임' 발언 논란 확산.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모두 이날 오전을 기해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민 염장 지르나", "국민에 책임을 전가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이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매도한 현 부총리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오석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직장명, 결제은행, 결제계좌, 신분증 사본 등 카드사 요구 정보 중 1개라도 제공을 거부하면 카드 발급이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제공은 '동의'가 아니라 사실상 '강요'라는 것이 금융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도 책임감을 갖고 자기 정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제도적인 보완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나종연 교수는 "개인정보 관리 측면에서 금융소비자의 책임도 중요하다"면서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최소 수집 원칙, 제3자 제공 강요 금지원칙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하는 원칙이 신용정보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 주요 법률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