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 맞은 지방자치
광역선거 후보 정당내
민주적 절차로 선정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민주주의 말살로 폐지돼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연일 새로운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그 흐름을 크게 보면 하나는 서울특별시장 같이 향후 권력의 향방을 가늠할 큰 판에 누구를 후보로 내는가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공천제의 폐지 여부 등 선거 틀을 어떻게 짜는가 하는 이야기 들이다. 권력을 잡으려는 측과 수성하려는 측의 전략과 지략 혹은 술수들이 읽혀진다. 이를 바라보는 것이 그다지 재미있지 만은 않다. 현재의 지방선거제도가 주민들의 민의를 잘 반영하여서 지방자치를 신장시키고, 지역발전을 이루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 이러한 논의는 보이지 않고, 어느 정파 어느 후보가 유리한가 하는 논평과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한 샅바 싸움만 구경하는 까닭이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정당공천제 여부 등 선거판 룰도 못 정한 게 답답하기도 하다.
이 와중에 눈길을 끌던 것은 김한길 민주당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회동이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라는 화두로 유명한 연애를 했던 김 대표가 어떤 화법으로 안 의원을 포용할 지도 관심이었다. 모호한 화법으로 늘 그 의중을 궁금하게 만드는 안 의원이 새정치를 어떻게 만들어갈 지도 관전포인트였다. 두 사람이 만난 결과는 지방선거의 기초공천제 폐지에 대한 합의와 야권연대에 대해 '아직은'이라는 두가지였다. 이를 두고도 새누리당은 야합이라고 비난한다. 뭐가 야합이란 말인가? 하여간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식의 공세다. 그런 거 말고 현재 가동중인 정개특위에서 논의해보자는 식의 화답이 더 세련되지 않았을까?
지금의 시점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우리 지방정치사에서 얻은 교훈을 지방자치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잘 반영하는가 하는 것이다. 각 정파들이 이런 점을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 부활 후 지방의회로서는 1991년 지방선거 부활 후 7기이고, 1995년 민선수장 선거후 6번째를 뽑는 선거이다. 해수로 계산해 보면 각각 23년, 19년이 지났으니 이제 우리 지방자치도 한창 청년기이다. 청년기는 성인으로 진입하기 전의 시대이다. 심리사회이론가인 에릭슨은 청년기란 정체감을 형성하고 자기상을 확립하는 역할실험을 한다고 한다. 인간으로 비유하면 우리의 지방자치도 이젠 점차 제도적으로 안정이 되어 가느냐마느냐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지방자치는 '진짜 민주주의'를 하자는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곤 오랜 싸움 끝에 1980년대 민주화투쟁의 결과물로서 지방자치를 얻었다. 1990년대 중앙집권론자들과 지방분권 세력과의 길항, 2000년대 중앙집권으로의 반동의 움직임, 그 과정에서 지방권력을 쥐려는 정파들의 싸움과 이합집산 등이 지방자치 제도적 실험의 근저를 형성하였다. 의정비제도, 기초의원공천제, 중선거구제 도입 등 숱한 제도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지방자치가 한 국가의 정치행정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데는 성공하였다. 이제는 지방자치가 민주주의 학교라 설파한 J. 브라이스의 말이 실현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두 가지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광역지방자치선거의 민주적 절차에 의한 후보자 선정이다. 광역자치단체의 후보자를 공천하는데 있어서도 정당내의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후보를 내보내주기 바란다. 시·도지사의 경우에는 덜하지만, 시·도의원 후보의 경우에는 여전히 지역구의원의 손에 달려있다. 상의하달식으로 결정된 후보자가 정당공천으로 선거에 나서게 되고 중앙의 이슈에 의해 선거운동이 진행되면, 지역유권자와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된다. 시·도의원들이 지역의제를 붙잡고 유권자와 교감하면서 성장해야 지방자치가 민주주의학교라는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
둘째 기초지방자치선거에서 정당공천제의 폐지이다. 민주주의 학교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하향식 정당공천제는 지방의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원흉이다. 약속 잘 지키는 이미지로 권좌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이 한 약속이라고 세종시 이전을 강행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대통령이 분명하게 공천제 폐지를 말해야 한다.
/허 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