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가동후 목숙부락 주민 4명 폐암사망… 통계치 12배
현재 30%이상 '호흡기 질환' 후두암·폐렴 환자도 각각 1명
체내 니켈성분 최고 8배… 인하대 연구팀 "질병과 연관성 커"
합성섬유, 재생타이어 생산업체가 밀집된 하점지방산업단지 인근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목숙부락) 주민 30% 이상이 호흡기 질환에 걸려 있고, 이미 4명이 폐암으로 사망했으며, 후두암 투병자와 폐렴 환자가 각각 1명씩이라는 충격적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하점면 목숙부락 주민 체내에서는 국내 평균치보다 최고 8배나 많은 니켈 성분이 검출됐다. 하점산업단지와 이들 질병과의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여, 공단 이전 등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하대 의과대학 임종한 교수팀은 강화군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9월부터 '하점지방산업단지 주변 호흡기 질환 관련 암 발생요인 역학조사'를 진행했고 역학조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최근 강화군에 통보했다. ┃표 참조
인하대 연구팀이 목숙부락 주민 36명을 대상으로 흉부 방사선, CT촬영 등 종합 진단을 실시한 결과 33.3%인 12명의 주민들이 염증·결절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장 호흡기 질환에는 걸려있지 않지만 향후 이런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비활동성 보균자도 44.4%인 16명에 달했다. 36명의 목숙부락 주민 중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이들은 8명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니켈 농도가 평균치보다 최고 8배까지 많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소변에서 검출된 평균 니켈 농도는 6.89~8.43㎍/ℓ로 국내 평균치(1~3㎍/ℓ)보다 많았다.
연구팀은 하점지방산업단지에 섬유, 석유화학 관련 회사들이 집중 분포돼 있어 주민들의 몸 속에 있는 니켈 농도가 이와 관련성이 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인하대 연구팀은 1991년부터 하점지방산업단지가 가동된 뒤 목숙부락 주민 4명이 폐암으로 사망했고 후두암 환자 1명, 폐렴 환자 1명인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폐암 사망자수는 500명 정도로 이 통계치를 목숙부락에 대입했을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0.3명이 나와야 한다고 인하대 연구진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마을의 폐암 사망자는 4명으로 무려 12배 이상이 많다.
인하대 조사 결과 목숙부락 대기 중 분진 농도는 강화군 평균보다 최고 6배 이상 높고, 토양 중금속 농도도 강화군 평균보다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991년 농·공 단지로 조성된 하점지방산업단지에는 현재 15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이 중 9개 기업이 가동되고 있다. 운영 중인 대부분의 기업은 섬유 염색과 타이어 등을 만드는 섬유·화학업체들로 대기 오염물질인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하고 있다.
임종한 인하대 교수는 "아직 조사를 더 해봐야 하지만, 목숙부락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은 주변 산업단지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유해물질 배출 업소의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