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해물질 노출… 잠복기 거쳐 2006년 이후 발병 한듯
인하대 연구팀 "산단 이전하는 방법만이 근본적 대책"
하점지방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는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목숙부락) 주민들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고, 폐암 사망자 수도 전국 평균치보다 12배 이상 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목숙부락 주민 36명 중 30% 이상이 호흡기 질환에 걸려 있고 이미 4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4명의 폐암 사망자는 모두 2006년 이후다.
하점 산단은 1991년에 조성됐으며, 폐암 잠복기는 보통 10년으로 본다. 역학조사를 맡은 인하대 의과대학 임종한(직업환경 의학과) 교수팀은 목숙부락 인근 하점지방산업단지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 화학물질이 이 마을 폐암 발병 원인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치도 참조
■폐암 유발자는 하점산업단지?
1991년 농공단지로 조성된 하점지방산업단지에는 현재 타이어 재생, 섬유 염색업체 등 9개 기업이 가동되고 있다. 인하대 연구팀이 산업단지 인근의 목숙부락 분진농도를 조사한 결과 인천 평균치보다 많게는 6배 이상 검출됐다.
인천시 평균 먼지 농도는 17.7㎍/㎥로 측정되는데 인하대 연구팀이 목숙부락 일대 5개 지점에서 분진농도를 측정한 결과 수치가 최고 높은 지점은 108.64㎍/㎥로 조사됐고, 가장 수치가 낮은 곳도 26.9㎍/㎥로 측정됐다. 토양 중금속 오염 농도를 보면, 중금속 물질인 비소의 경우 강화군 평균은 0.89~1.2PPM 수준이다.
반면 목숙부락 주변 토양에서는 2.5~4.9PPM의 비소가 검출됐다. 구리 또한 강화군 평균(10.8~19.8PPM)보다 목숙부락 주변 토양(35.8~80.8PPM)에서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밖에 발암성 물질인 다핵방향족탄화수소(벤젠 화합물) 농도도 서울과 비교해 목숙부락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대책 서둘러야
인하대 임종한 교수팀은 하점산업단지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과 목숙부락 주민들에게서 발병하고 있는 각종 호흡기 질환이 깊은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종한 교수는 "하점지방산업단지 인근에서는 보통 서풍이 불고 있고, 바로 서풍이 부는 방향으로 목숙부락이 위치해 있다"며 "이런 좁은 지역에서 폐암 사망자와 호흡기 질환 환자가 많이 나왔다는 것은 산업단지 영향이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폐암은 보통 10년 넘는 잠복 기간을 거치는데 이 마을 폐암 사망자는 모두 2006년 이후 발생했다. 산업단지 조성(1991년) 이후 마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돼 왔다면 충분히 폐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진은 지금이라도 유해물질 배출업소를 이전시켜야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 교수는 "근본적인 대책은 산업단지를 이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오염물질 배출 업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산업단지도 하루 빨리 이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