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31·공무원·인천시 남동구 구월1동)씨는 올 추석엔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매년 명절만 되면 고향인 경북 안동까지 내려가곤 했지만 이번부터는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올라오시기로 한 것. 외아들인 그가 시골에 가 차례를 지내고 성묘해야 하지만 올 초 태어난 큰 애가 어려서 장시간 운전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례는 인천에서 지내고 성묘는 추석 이후에 하기로 했다. 벌초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대행업체에 맡겼다.
이씨는 “많은 동네 친구들이 요즘은 시골에 내려가지 않고 명절을 보내고 있어 고향에 내려가도 썰렁하다”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올 해부터는 부모님이 올라오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 명절 쇠기 풍속이 크게 바뀌고 있다. 귀향길이 고생이 될 지라도 고향을 찾아 식구들과 함께 줄지어 성묘하고 차례 지내던 것에서 탈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 인터넷 등을 통해 벌초대행사에 벌초를 맡기면서 추석 전에 벌초를 위해 별도로 내려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고 있다.
이런 새 풍속도는 핵가족 세대인 신세대들이 이제 가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 어려서부터 넓은 범위의 가족대신 '가정'을 중심으로한 가족에 익숙한 신세대들은 명절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세대들이 명절에 해야할 기본적인 의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번거로운 의례를 최대한 간편하게 행한다. 벌초 대행사나 차례상 대행사가 생겨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런 신세대들 때문에 명절을 앞두고 늘 붐비던 재래시장은 이제 썰렁하기만 하다. 추석을 6일 앞둔 25일 인천시 중구 신포시장과 남구 용현시장, 신기시장 등은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특히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나온 젊은 층은 아예 볼 수 없었다.
신포시장에서 15년째 수산물을 팔고 있다는 이모(57·여)씨는 “추석을 며칠 앞두고 있는 요즘이지만 평소와 같은 5만~6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이제 재래시장의 명절 대목은 사라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재래시장에서 신세대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장을 보기 편한 대형유통점으로 신세대들의 발길이 몰리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점에선 차례상과 관련된 여러 물품을 힘들이지 않고 모두 구입할 수 있을뿐 아니라 아예 그것도 불편해 하는 신세대들을 위해 추석 차례용품을 세트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신세대들은 이렇게 번거로운 명절준비를 간편하게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친구들과, 혹은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연휴를 휴양지나 해외에서 보내는 신세대들로 이제 명절은 여행업계의 최대 대목중 하나가 되었다. 짧은 여행을 보내기 좋은 제주도나 동남아 등지는 명절때 비행기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행을 떠나지 않는 신세대들은 호텔이나 이벤트 업체들이 내놓은 명절 특별 프로그램을 찾아나선다.
때문에 국내 대형호텔들은 명절때마다 고객들을 위한 특별상품을 내놓는다. 올해 롯데호텔은 저렴한 가격에 수영장 무료이용 및 각종 할인 서비스를 붙인 '추석맞이 대보름 패키지'를 내놓았고, 서울프라자호텔과 르네상스호텔 등도 가격을 할인한 '추석 패키지'를 마련했다.
명절때마다 예약이 몰리는 국내 리조트들도 각종 이벤트가 넘친다. 용평리조트는 올해 추억의 영화상영과 에어로켓 발사 이벤트 등으로 ‘2001 한가위 축제’를 열고, 휘닉스파크는 추석 당일 합동 차례식과 민속놀이판을 벌인다. 대명설악콘도도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본관 앞 소방도로에 민속놀이 광장을 연다.
신세대들은 명절연휴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밤 늦도록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인천 모호텔 나이트클럽의 한 웨이터는 “추석 연휴동안은 룸을 잡기 어렵다”며 “매년 설이나 추석 연휴는 대목이라 웨이터들이 단골손님을 챙기느라 고향에도 못가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명절때 집에서 명절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는 일은 옛말. 신세대 주부들은 명절이라고 하루종일 식구들의 식사에 매달리지 않는다. 때문에 패밀리 레스토랑과 같은 외식업체들도 명절 특수를 겨냥해 특별메뉴와 각종 이벤트를 마련한다. 패밀리레스토랑 우리들의이야기는 메뉴에 따라 각종 선물을 제공하는 '가을맞이 대잔치'를 추석을 앞두고 마련했고, 마르쉐도 롯데월드점에서 추석 특선 메뉴로 한국 전통 음식을 준비하고 경품 행사를 펼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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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명절 쇠기
입력 200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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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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