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3일(이하 다큐3일)은 허기진 뱃속 뿐 아니라 지치고 허전한 마음까지 푸짐히 채워주는 곳, 전주 막걸리 골목이 전파를 탔다.
전, 생선, 야채, 굴, 나물, 수육 등 20여 가지 안주로 한 상 떡 벌어지게 나오는 이것은 ‘전주 한정식?’이 아니라 전주 삼천동 막걸리 골목의 안주상이다.
술 한 주전자만 시키면 제철음식으로 차린 안주가 2층으로 쌓여 나오고, 주전자를 추가할 때마다 홍어삼합, 간장게장, 육회 등 한정식에서나 볼 법한 안주가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전주 막걸리 골목은 IMF 당시, 생계를 꾸려야 했던 가난한 여인들이 비바람 막아주는 공간에 탁자와 의자를 갖다놓고 막걸리 장사를 시작했다.
한 때 은행원이었던 마현숙씨. 결혼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 모은 돈 500만원으로 막걸리 장사를 시작했다.
12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적은 장부엔 매일 수십 가지 반찬을 만들어내야 하는 고단함이 기록되어 있고, 짓궂은 손님을 이겨낸 응원메시지가 담겨있다.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전주 막걸리 골목.
하지만 10년 넘게 서로 웃고 울어가며 골목을 지켜온 여인들도 있다. 자매 못지않은 우애의 비결은 매일 오후 2시 커피타임! 큰 언니가 타주는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수다로 전날 힘들었던 일을 날려 보낸다.
다큐3일은 전주 막걸리 골목에서 들은 막걸리 한 잔처럼 삶과 술이 익어가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