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003년 4월에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이후로 4차례 발생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전까지의 조류인플루엔자는 모두 H5N1형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은 H5N8형으로 확인됐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닭, 오리, 칠면조, 야생조류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한 특징을 지닌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와의 접촉으로 발생한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은 감염의 주요 매개체이다.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Low Pathogenic Avian Influenza)로 구분되는데 이번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는 고병원성 AI(H5N8)로 확진됐다. 지난 봄 중국에서 발생한 AI(H7N9)는 저병원성이나 사람에서는 고병원성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살처분하고 있으며 발생국가에서는 양계산물을 수출할 수 없다.
현재 발견되는 H5N8은 매우 고병원성으로 닭과 오리의 집단 폐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전파를 방치할 경우 사실상 가금류 산업이 붕괴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2008년 유행 때 공포가 떠오른다. 그 당시 약 1천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연관 산업은 더 피해가 컸었다.
일반 국민들은 사람에게 감염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닭, 오리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옮기려면 우선 닭, 오리에서 장기간 순환감염을 하면서 바이러스가 인체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변이되어야 하고, 사람이 고농도의 변이 바이러스에 직접 접촉하여야만 감염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H5N8형이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다. 최근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사망환자가 발생한 바이러스는 H7N9형이다.
이 조류인플루엔자는 200명 정도의 환자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 50여명이 사망하여 매우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H7N9형은 아직 국내 발병 사례가 한 건도 없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드물지만 인간 바이러스로 변신하게 되면 사람사이에서도 전염력을 획득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철저한 개인 위생(외출 후 손 씻기, 양치질 하기, 마스크 착용 등)과 평소 면역력을 키우는 건강한 생활 습관(운동, 규칙적인 식사, 금연 등), 그리고 AI 발생 지역의 가금사육농장 방문을 삼가는 것만이 최선의 조치일 듯싶다.
벌써부터 닭, 오리에 대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70℃ 30분, 75℃ 5분간 열처리 시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된다고 한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가금류는 철저한 이동통제, 매몰, 폐기로 시장 출하가 불가능하다.
/노준승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