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97% 이상 주민등록번호 공개 거부감"… 휴대전화번호 87.4%. 사진은 연합뉴스가 지난 27일 개인정보 중개업자로부터 확보한 신용불량자 데이터베이스(DB). 이름, 주민등록번호, 직장명, 휴대전화번호 등을 취합한 정보 3천7건이 고작 5만원에 유통됐다. 사진은 유통된 개인정보 파일의 일부. /연합뉴스

한국 국민 100명 가운데 97명 이상은 주민등록번호 공개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등록번호 공개 거부감이 높은 반면 인터넷 홈페이지 등지에서 회원으로 가입할 때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도록 대체수단을 제공하는 업체는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지난해 연차보고서에서 주민등록번호 공개 거부감 실태가 확인됐다.

응답자의 97.2%(복수응답 가능)는 인터넷상에서 회원가입이나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제공하는 개인정보 항목 중 주민번호 공개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또 휴대전화번호(87.4%), 자택 전화번호(87.3%), 소득정보(85.0%), 부동산정보(84.4%)이 그 뒤를 이었다.

전날 금융당국은 오는 8월부터 주민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금융사 예외 조항'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조사결과는 이런 금융당국의 향후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주민등록번호가 대다수 거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가 2차, 3차 피해로 확산할 위험성이 있다"며 대안 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아울러 거부감의 정도가 가장 작게 나타난 나이 정보도 51.5%를 기록, 전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국민의 부담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법 24조에 따라 업체는 개인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할 때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고도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제공한다는 업체는 15.1%에 불과했다.

업체가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별도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개인정보의 유형은 이름, 주민번호, 운전면허번호, 전화번호, 생년월일이 포함된 '일반정보'가 88.2%로 가장 높았다.

'가족정보'는 74.6%로 그 뒤를 이었으며 신용정보, 소득정보 등 경제적 정보의 중요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 12세∼59세에게 서비스 제공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사업자가 서비스 제공과는 무관한 정보를 지나치게 수집한다는 응답이 56.1%에 달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그보다 조금 낮은 43.0%를 기록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천에 대한 우려는 '외부로부터의 해킹'(52.4%)이 '내부자에 의한 고의 유출'(41.7%)보다 높았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로 어려움을 겪은 사업체 10곳 가운데 8곳(80.3%)이 외부로부터의 해킹에 의한 유출 사고 피해를 입은 통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관리 실수로 인한 유출도 20%로 적지 않아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이를 간과한 것이 이번 정보유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