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당초 3월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던 텔레마케팅(TM)을 한 달 앞당겨 전면 허용하기로 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해 강경 모드를 고수했던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드는 모양새가 됐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일부터 보험사의 TM 영업을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불법 취득한 정보가 아님을 확인한 금융사들에 대해 단계적으로 TM 영업을 허용해 3월부터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생계유지가 막막했던 텔레마케터들과 수익 감소에 초조했던 금융사들은 환영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탁상 행정'이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불법 정보 이용 근절"…강경했던 TM 영업 중단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대규모 정보 유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 27일부터 금융사가 전화로 대출을 권유하거나 영업하는 TM을 전면 금지했다.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영업에 나서는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TM을 이용한 금융사의 영업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법적인 영업행위와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한 영업행위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금융사들은 대부분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지만, 금융사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여전히 불법 정보를 활용한 영업 행위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금융사가 TM를 이용한 영업행위를 중단한 상태에서도 상품 판매 등의 전화가 걸려온다면 이는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근절하겠다는 것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각 금융사에 '협조 요청'이라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TM 영업 제한 조치로 일부 금융사가 전화상담원을 해고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중단하라며 긴급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금융사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텔레마케팅 조직을 유지하도록 강력히 유도하기도 했다.
또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전화영업을 중지한 뒤 일부 금융사에서 편법 영업 움직임이 포착되자 지난 3일부터 집중 단속에 들어가기도 했다.
◇'생계 유지' 벽에 부딪친 영업중단…통상마찰 우려도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 같은 TM 영업 중단은 곧바로 여러 장벽에 부딪쳤다.
TM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한다고 간주해 이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특히 전화영업을 통해 생계유지를 하는 이들에 대한 대량 실직 우려가 커지면서 문제는 점차 확대됐다.
국내 보험사에 소속된 텔레마케터는 3만2천명, 외주·파견 TM, 보험대리점·홈쇼핑 등에 소속된 TM 설계사를 포함하면 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TM의 70~80%는 40세 미만에 고졸 또는 전문대졸 학력자로, 평균 100만원대인 급여를 받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텔레마케터들은 대규모 항의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까지 끼어들면서 혼란은 커졌다.
금융당국은 텔레마케터의 고용 유지와 소득 보전을 금융사에 요구하고 나섰지만 영업제한으로 인한 타격을 입게 된 금융사들이 이를 그대로 따를 리는 만무했다.
여기에 TM 영업 제한 조치가 미국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한·미 통상 문제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였다.
지난달 2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미국계 보험사 대표들과 TM 영업 제한 조치에 대한 현안을 공유하는가 하면, AIA생명은 TM 영업 제한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금융위원회에 보내기도 했다.
◇시장 혼선…탁상 행정 비판도
금융당국이 당초 계획보다 이처럼 빨리 TM 영업을 허용한 데에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이번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측면도 작용했다.
카드 3사의 카드 해지·재발급 신청 건수는 지난달 22일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고, 개인정보유출 조회 건수 역시 지난달 19일에는 349만건이었으나 지난달 29일에는 10만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카드 부정사용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당국과 카드사의 노력이 일관되게 추진되면서 카드 고객들의 불안 심리가 크게 진정돼 조만간 카드 해지·재발급 건수가 평소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금융사들은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며 반기고 있다.
고용 불안에 잠 못들었든 텔레마케터들도 역시 영업 중단 조치가 빨리 풀리면서 고용 안정과 생계 유지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이번 조치가 '탁상 행정'이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책 발표 2주가 채 되지 않아 기존 발표를 뒤엎는 격이 된 데다가 채 며칠을 버티지 못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책 혼선으로 시장 불안을 키웠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부터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닐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정책이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오는 10일부터 보험사의 TM 영업을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불법 취득한 정보가 아님을 확인한 금융사들에 대해 단계적으로 TM 영업을 허용해 3월부터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생계유지가 막막했던 텔레마케터들과 수익 감소에 초조했던 금융사들은 환영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탁상 행정'이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불법 정보 이용 근절"…강경했던 TM 영업 중단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대규모 정보 유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 27일부터 금융사가 전화로 대출을 권유하거나 영업하는 TM을 전면 금지했다.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영업에 나서는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TM을 이용한 금융사의 영업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법적인 영업행위와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한 영업행위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금융사들은 대부분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지만, 금융사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여전히 불법 정보를 활용한 영업 행위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금융사가 TM를 이용한 영업행위를 중단한 상태에서도 상품 판매 등의 전화가 걸려온다면 이는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근절하겠다는 것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각 금융사에 '협조 요청'이라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TM 영업 제한 조치로 일부 금융사가 전화상담원을 해고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중단하라며 긴급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금융사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텔레마케팅 조직을 유지하도록 강력히 유도하기도 했다.
또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전화영업을 중지한 뒤 일부 금융사에서 편법 영업 움직임이 포착되자 지난 3일부터 집중 단속에 들어가기도 했다.
◇'생계 유지' 벽에 부딪친 영업중단…통상마찰 우려도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 같은 TM 영업 중단은 곧바로 여러 장벽에 부딪쳤다.
TM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한다고 간주해 이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특히 전화영업을 통해 생계유지를 하는 이들에 대한 대량 실직 우려가 커지면서 문제는 점차 확대됐다.
국내 보험사에 소속된 텔레마케터는 3만2천명, 외주·파견 TM, 보험대리점·홈쇼핑 등에 소속된 TM 설계사를 포함하면 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TM의 70~80%는 40세 미만에 고졸 또는 전문대졸 학력자로, 평균 100만원대인 급여를 받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텔레마케터들은 대규모 항의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까지 끼어들면서 혼란은 커졌다.
금융당국은 텔레마케터의 고용 유지와 소득 보전을 금융사에 요구하고 나섰지만 영업제한으로 인한 타격을 입게 된 금융사들이 이를 그대로 따를 리는 만무했다.
여기에 TM 영업 제한 조치가 미국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한·미 통상 문제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였다.
지난달 2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미국계 보험사 대표들과 TM 영업 제한 조치에 대한 현안을 공유하는가 하면, AIA생명은 TM 영업 제한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금융위원회에 보내기도 했다.
◇시장 혼선…탁상 행정 비판도
금융당국이 당초 계획보다 이처럼 빨리 TM 영업을 허용한 데에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이번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측면도 작용했다.
카드 3사의 카드 해지·재발급 신청 건수는 지난달 22일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고, 개인정보유출 조회 건수 역시 지난달 19일에는 349만건이었으나 지난달 29일에는 10만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카드 부정사용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당국과 카드사의 노력이 일관되게 추진되면서 카드 고객들의 불안 심리가 크게 진정돼 조만간 카드 해지·재발급 건수가 평소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금융사들은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며 반기고 있다.
고용 불안에 잠 못들었든 텔레마케터들도 역시 영업 중단 조치가 빨리 풀리면서 고용 안정과 생계 유지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이번 조치가 '탁상 행정'이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책 발표 2주가 채 되지 않아 기존 발표를 뒤엎는 격이 된 데다가 채 며칠을 버티지 못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책 혼선으로 시장 불안을 키웠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부터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닐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정책이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