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신덕동 해변에 전날 오전 원유 유출사고로 인한 기름띠가 밀려온 가운데 마을 주민이 해변을 뒤덮은 기름을 하나하나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일 여수 기름유출사고 피해보상과 관련 원유사 GS칼텍스가 1차 보상을 하고 선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고 직후 밝힌 "보상문제는 원유사하고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이다"며 정부 역할에 선을 그은 데서 한 발자국 나아간 것이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측은 4일 같은 피해자인데 먼저 보상하란 말이어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제안한 안을 검토해 주민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해양수산부가 유류오염손해배상 보장법이나 국제기금(IOPC펀드)으로 보상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에서 선회한 배경에는 이번 사고가 육지에 접한 송유관을 유조선이 들이받은 이례적 사고라는 특이성이 있다.
 
▲ 2일 오후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2부두의 모습. 유조선과 충돌한 송유관이 엿가락처럼 휘어 당시의사고 당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연합뉴스

해수부는 내부검토 결과 이번 기름유출사고가 유조선이 아닌 송유관에서 기름이 샌 사고이므로 유류오염손해배상 보장법이나 IOPC펀드 적용 대상이 아니며 명확한 책임 소재를 규명해 민사상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분은 법률적 다툼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GS칼텍스 측과 선사 양측 변호사들이 구체적인 법률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해수부의 안대로 GS칼텍스 측이 1차 피해보상에 나서고 피해액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사고의 피해자이기도 한 GS칼텍스가 섣불리 보상에 나섰다가 이후 감정평가액 산정 수준과 구상권 청구 결과에 따라 유조선의 선주에게 보상 지급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무문이다.

정부의 압박이나 여론의 뭇매를 의식해 GS 칼텍스가 1차 보상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보상률과 보상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 3일 오후 해경 측이 제공한 전남 여수 기름유출 사고현장 주변 광양항에 기름띠가 퍼진 모습. 해경 측은 이날 오전 80%가량 기름이 제거됐다고 밝혔으나 곳곳에서 기름띠가 남아있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의 경우 첫 번째 피해보상 타결까지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보상률은 24.2%에 그쳤다. 보상액은 공동어업 37건을 제외한 개인 피해자 1천7백여명 중 피해서류를 제출한 1천3백여명이 청구한 4백22억8천8백만원으로 사고당일부터 연 5%의 이자가 가산된 금액이었다.

지난 2007년 발생한 태안 기름유출사고도 지난한 보상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측이 보상금과 별도로 지역발전기금으로 사고발생 6년 만인 지난해 말 3천600억원을 내놓기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출연금의 분배 문제와 주민 피해 청구액 4조2천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 사정액 등으로 피해주민들이 사정액 산정이나 국제기금에 이의를 제기해 12만 건 이상의 소송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해수부가 GS칼텍스가 1차 보상에 나서라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오는 6일 열리는첫 피해보상 대책회의에서 업체 측이 태도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