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교육하기전 대상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설문조사나
개별 또는 집단상담 가져야
교육후엔 반드시 점검도 필요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것인가가 중요


지난 1월 학교 입학사정관실의 위탁을 받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2박 3일에 걸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퇴계의 성학십도를 통한 집중력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옛 유학자들의 정신을 본받아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집중의 경(敬)사상이 성실과 배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인성교육은 세 가지 요소를 반드시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의도한 교육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드는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첫째, 어떤 이론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방법의 명확성이다. 둘째, 누가 교육을 받는가 하는 교육 대상자의 명확성이다. 셋째, 자신의 인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해결의 명확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 요소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구조화해야 한다. 나는 이를 3+C, 또는 TOS+C로 이름을 붙여 보았다. 즉 이론(Theory), 대상(Object), 해결(Solution)이 구조화(Construction)된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것이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위 요건들을 갖추고 있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지금의 많은 인성교육에서 가장 심각한 결격 사항은 프로그램의 이론 부재라 할 수 있다. 이론이 없게 되면 좋다는 덕목을 모두 끌어모으게 되고 결국에는 정체불명의 인성교육이 되어 의도한 만큼의 교육 효과를 검증할 길이 없어진다. 교육은 했는데 무엇이 잘 되고 못되었는지 그 근거나 기준을 제시할 수가 없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이렇게 되면 인성교육이 즉흥적이 되거나 계몽적이게 되어 교육자의 상식이나 주관에 편승할 위험이 커진다.

프로그램의 대상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유아, 초등, 중고등학생들을 어느 정도 구분하고 있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교육여건이 잘 되어 있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차이가 나타나고, 농촌과 수도권의 차이도 일부 나타난다. 비행청소년집단이나 교도소 재소자들처럼 특정 집단의 경우에는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엉뚱한 얘기를 하게 되고 결국에는 인성교육에 대한 불신만 심어주게 된다.

어떤 인성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인성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흔히들 인성문제는 장기적인 차원의 예방에 있다고 하지만 실제 교육효과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문제해결에 더 많이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이 시작되기 전에 간단한 설문조사, 그리고 진행 과정에서 인성에 대한 개별 또는 집단상담 시간이 마련되어야 하며 교육이 끝난 후의 사후 점검도 필요하다. 자신의 인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프로그램 안과 밖에서 지속적이고도 집요한 해결의지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세 요소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많은 인성교육이 이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잘 되지 않는 원인은 인성교육을 강사 자신이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하는 것이다. 구조화가 잘 안된 프로그램을 보면 세부 활동들 간의 연계성이 취약하고 이를 강사의 설명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크다.

인성교육이 좋은 효과를 내려면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맞춤식이 되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많은데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비과학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성교육을 유아기나 청소년기의 전유물로 생각하여 특정 발달 시기에 한정하는 것도 맞춤식 프로그램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인성교육은 평생교육의 성격을 갖고 있고, 또 그런 이유로도 다양한 발달 과정에 맞추어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누구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무슨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려주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그만인 인성교육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데 있어서 잘 짜인 인성교육 프로그램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