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해운 시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에 강력한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까지 포기할 정도로 해운업이 좋지 않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5일 오후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을 불러 자구계획안을 조속히 이행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력히 지도했다.

이 자리에서 조 부원장은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서 시장 우려를 조기에 불식시켜달라고 주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상선 사장이 어제 금감원 부원장과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금감원이 현대상선에 자구 노력을 조속히 해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면서 "금감원이 선제적인 차원에서 지도한 것으로 현대상선 유동성에 급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말에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사를 모두 매각하고 보유 항만터미널사업과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을 구조 조정해 3조3천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그룹은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4200억원과 기업어음(CP) 4000억원을 막아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액화천연가스선 등 전용선 사업부 매각을 추진해 이달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3천억~4천억원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외 부동산과 선박 매각, 항만 터미널사업 지분 매각도 조속히 이뤄질 예정이다.

국내 최대 해운사로 유동성 부족이 심했던 한진해운은 최근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에서 손을 떼고 3자 물류 등 일부 사업만 따로 맡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최 회장의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완전히 넘어간다.

한진해운은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신설 법인과 기존 법인으로 인적 분할하고 나서 지분을 교환,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국내 대형 해운사를 압박하는 이유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5천억~6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막대하고 올해도 시황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들이 국가 기간산업이란 이유로 이들 해운사에 무작정 자금 지원을 할 수만은 없어서 조속히 자구안을 이행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경우 최고경영자가 용퇴를 결정한 사안이며 현대상선은 다른 상황으로 현재 자구안의 이행을 지켜보는 단계"라면서 "앞으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어 조속히 자산 매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지속적인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문제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나머지 자구책도 일정대로 잘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