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압도적인레이스로 명예회복의 시동을 걸었다.

크라머는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6분10초76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때 세운 종전 올림픽기록(6분14초60)을 직접 새로 쓰면서 대회 2연패에 가뿐하게 성공했다.

2위를 차지한 네덜란드 대표팀 동료 얀 블로크후이센(6분15초71)의 기록보다 4초95나 앞설 만큼 거침없는 질주였다.

이번 소치 대회는 크라머로서는 4년 전 밴쿠버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무대다. 

밴쿠버에서 5,000m 우승으로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한 크라머는 10,000m에서도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8바퀴를 남겨놓고 레인 교차를 잘못하는 바람에 실격을 당했다. 대신 금메달은 자신보다 4초05가 뒤졌던 2위 이승훈에게 돌아갔다.

"10,000m 금메달은 내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자신만만해했던 크라머의 대회 3관왕 꿈은 그렇게 허무하게 깨졌다. 이후 크라머는 단체전인 팀 추월에서 동메달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크라머는 다리 신경장애로 모든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2010-2011시즌을 제외하고 올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6-2007시즌부터 2012-2013시즌까지 6차례나 우승을 달성한 현역 최고의 스케이터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모두 13개의 금메달을 거둬 들였다. 

2007년 3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남자 10,000m에서는 12분41초69, 같은 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남자 5,000m에서는 6분03초32의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했다. 두 종목의 세계기록 모두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크라머는 올 시즌 출전한 모든 월드컵 레이스에서 정상에 오르며 소치올림픽을 별러왔다. 

크라머는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인 소치 대회에서 5,000m는 물론 1,500m와 10,000m, 그리고 팀 추월에도 나설 예정이다. 

명예회복을 위해 최대 4관왕까지 노리는 크라머의 질주가 이제 막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