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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이승훈이 9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
"뭔가 해야 될 것 같아서…방에 있으면 더 안 좋을 것 같아서 나왔어요."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 첫 경기인 5,000m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고 다음 종목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이승훈은 9일 오전(현지시간)부터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에 나섰다.
전날 이승훈은 남자 5,000m에서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에 머물렀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먼저 아들레르 아레나에 나온 이승훈은 40분가량 빙판을 누비며 연습에 열중했다.
훈련을 마치고 만난 그는 "자신감이 있었고 준비도 철저히 했는데 부족했나 보다"라면서 "네덜란드와 유럽의 벽은 철옹성 같았다"고 털어놨다.
첫 경기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갔을 때 '허무함'을 느꼈다는 그는 절친한 동료 이상화(25·서울시청), 모태범(25·대한항공)과 대화를 나누는 등 결과를 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정에는 여전히 진한 아쉬움이 가시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이승훈 자신이 자신감과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스벤 크라머르의 우승은 예상했지만, 2, 3위 선수의 기록은 예상보다 저조해 자신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출발할 때부터 여유가 없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또 "이번 시즌에 좋아진 부분이 많고 기록이 좋았는데 결국엔 올림픽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면서 "올림픽은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지 적응에서 찾았다.
이승훈은 "프랑스와 네덜란드 전지훈련 때는 컨디션이 괜찮았지만 러시아에 와서 잠을 잘 못 자고 현지 적응을 잘 못한 것 같다"면서 "이렇게 경기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날까지 괜찮았지만 경기장에 오니 긴장되더라"면서도 "결국은 이겨냈어야 하는 부분이었고 제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속상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직 그는 10,000m와 팀추월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승훈은 "10,000m도 네덜란드가 강하겠지만 다른 선수를 의식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5,000m보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하는 팀추월에 대해 얘기하자 이승훈의 표정에는 엷게나마 미소가 번졌다.
그는 "팀추월에서 잘하려면 제가 기죽어 있으면 안된다"면서 "제가 형다운 모습 보이고 잘 이끌어 메달 따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소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