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중강 음악평론가
마카오를 대표하는 공연 '댄싱워터'를 봤다. 정확한 제목은 'The House of Dancing Water'이고, 한자명은 수무간(水舞間)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공연장의 바닥은 처음에 물이 가득 차 있다. 거기서 배우들이 등장을 하고, 물을 이용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어느새 바닥의 물이 사라지면서 일반 공연장과 같아진다. 3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마카오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서 마카오에 관한 이미지를 '꿈의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마카오를 대표하는 공연으로서 많은 수입을 내고 있는 이런 관광상품을 대하면서, 우리의 공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우선 엄청난 제작비의 투자를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첫째는 아이디어라 강조하고 싶다. 흔히 공연장의 바닥은 땅으로 여기는데, 이 공연은 물이 있는 '바다'로 설정했다. 공연장의 천장도 '하늘'로 설정한 것이다. 이런 생각에 근거했기 때문에, 이 공연은 입체적인 퍼포먼스가 무척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공연을 다른 공연과 차별화하게 만든다.

우리는 왜 해외관광객을 위한 대표 관광공연이 부재할까? 다음 두 가지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하나는 전통에 대한 강박관념이요, 또 하나는 예술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전통과 예술은 중요하다. 그러나 관광객으로 온 수용자의 측면에서 보면, 이건 분명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우선해야 한다.

이 공연은 바다에서 나무배를 젓는 소년으로 시작을 한다. 소년이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러 과정을 거쳐서 맨 마지막에, 그는 새로운 세계와 왕이 되는 설정이다. 피리 부는 소년은 어느새 무술 잘하는 청년으로 성장을 했다. 보잘것 없거나 유명하지 않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설정이다. 사랑을 연기하는 주요한 배역을 외국인들에게 맡겼을지라도, 결국 이 공연의 초점은 중국계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참으로 민족적인 관광상품이다.

우리나라의 상설 공연도 해외관광객을 염두에 둔 공연이 꽤 많다. 몇 해 전 한 호텔 공연장에서 '꽃의 전설'이란 대형작품을 올린 바 있다. 전통음악과 전통무용에 근거를 두었고, 비교적 괜찮은 작품이긴 했다. 그러나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에서 볼 때, 꼭 이 작품을 선택해야 할 충분한 이유는 없었다. 관광객들의 기호를 바탕으로 해서, 거기에 보다 더 '한국적' 이미지를 더해 주는 공연물이 절실하다.

지금은 분명 케이팝(k-Pop)의 시대다. 케이팝을 좋아해서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도 분명 거기에 더한 플러스 알파를 원하게 된다. 이제는 k-Pop이 인기에 힘입어서, K-Tradition을 구축할 때다. 케이팝과 케이트래디션이 결합된 공연! 한국(한류)의 공연이 업그레이드가 돼야 한다. 길이 보인다. 이런 공연작품이 성공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전통이나 예술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하며, 거기에 효과적으로 강하게 '전통'을 집어넣는 게 관건이다. 한국인은 잘 만들 수 있다! 우리에겐 이야기도 많다. 우리에겐 노래도 많다. 우리에겐 재능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한국을 대표할 만한 관광공연이 없을까?

/윤중강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