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원철 前 인천 연수구청장
작심한 듯 일본의 아베 총리는 독도를 일본영토라고 선언하고 일본의 모든 교과서에 수록할 것과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단독으로 제소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위안부 문제는 대일 청구권 때 이미 보상이 끝난 것이며 일본이 강제로 끌고 간 사실이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일본의 최고 위정자가 앞장서 1965년 한일기본조약 이후 잠잠했던 독도 문제를 다시 이슈화하고 탐욕과 폭력으로 우리와 동남아의 국민들에게 치욕의 죄를 지은 역사를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총리가 혈통적으로 강경한 민족주의자 집안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더욱 후쿠시마 원전사건 이후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무기력해졌다. 일본국민이 가지고 있는 비관적인 생각은 바다 건너에 사는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난세는 영웅을 필요로 한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일본은 모질게 우리나라와 중국을 몰아붙임으로써 민족주의를 실현하고 불안감에 빠져있는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아 국론을 전환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는 소시민으로서는 이렇게밖에 판단이 서지 않는다.

독도는 실효지배의 원칙은 물론 역사적으로도 분명한 우리 땅이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땅이고 지금도 우리가 지배하고 있으니까 일본이 아무리 뭐라고 떠들어댄들 바뀌지 않을 것이니 무대응이 상책이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우리 땅이라고 하면 국제사회도 그렇게 인정해주리라 안이하게 믿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된다. 만일 극소수의 일부라도 독도가 역사적으로는 한국 땅인지는 몰라도 국제조약 측면에서는 일본 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여론이 국제적으로 확산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일본이 교과서에 싣는다는 것은 지금은 아니라도 2세 3세들에게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 교과서를 배우고 자란 2세 3세들이 커서 국가나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인물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본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이유다.

우리는 이 문제를 우리끼리만 공유할 것이 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그뿐 아니다. 어찌보면 독도는 양국간의 영토문제이고 당사자 문제이다 보니 국제사회의 이슈로 비화될 조짐은 희박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그렇지 않다. 이 문제는 인류의 인권에 관한 문제로 인도(人道)에 반하는 시효없는 범죄이다.

일본이 위안부와 관련해서는 더욱 강경하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데는 바로 인류의 인권을 짓밟았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존엄을 황폐화시키는 것도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인간이다. 우리는 여러 증거들과 증언들을 모아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여 일본에는 경종을 울리고 앞으로 이런 비인간적인 만행이 어디에서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위안부 모금운동을 시민사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돈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분개한다. 우리는 지금 100여 년 전의 무기력했던 국민이 아니다. 잘못했던 과거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없다면 이웃도 멀어질 것이다.

/신원철 前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