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인류의 문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제3의 물결'이라 칭한 정보화 사회를 넘어 전개되는 우리 시대를 흔히 '창조화'사회라고 부르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경제와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에 도달하였다고 보는 관점이다. 도시의 비전을 '창조도시'로, 기업 경영의 비전도 '창조'가 강조되고 있으며, 우리정부도 국정 과제로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창조화 사회'라는 개념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대량생산형 공업사회에서 탈공업사회로의 전환은 선진국의 보편적 현상임은 분명하다. 선진국의 경우 서비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컴퓨터와 IT관련 직종, 카피라이터, 변호사, 회계사, 연구자 등의 직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여러도시에서 영화와 음악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연극, 미디어 아트 등의 문화산업이 침체일로에 있는 제조업을 대신하여 지역의 성장과 고용을 견인하는 사례도 많다. 문화산업의 발전은 그 자체로 고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원동력이지만, 도시문제에 대한 창조적 해결방식을 제공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며, 친환경적이며 고유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점이다.

창조화 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몇 가지 사례를 보자.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가 불과 26세의 나이에 불과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프로그램인 페이스북을 개발하여 불과 6년만에 23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인 페이스북 닷컴의 최고 경영자가 되었다. 현재 주커버그의 개인 재산만 약 7조8천억원에 달한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신화의 주인공이다. 교사출신의 가난한 프리랜서 작가였던 롤링은 판타지 소설의 성공으로 일약 1조130억원의 재산을 가진 부호가 되었으며 10년 후에 롤링의 재산 총액은 64조원에 도달한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해리포터시리즈라는 판타지 서사가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출판 등의 문화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생 효과가 무려 3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롤링이 영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충렬 감독의 다큐 영화 '워낭소리'의 총 제작비는 5천만원이었다. 극장 개봉 후 300만 관객 입장권 매출액만 190억원이었다.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은 현재 유튜브 다운로드 19억 뷰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뮤직 비디오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몇몇 천재의 신화가 아니라 차츰 사회 전 부면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주는 문화적 창안물이 사회와 경제의 중심이 되는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모든 것은 '아름다움'으로 통하는 시대, 미학이 삶의 전 영역을 지배하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움'과 '감동'이 예술이나 취향의 영역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도시와 국가의 생존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는 전환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창조신화의 토대와 환경이 무엇인가를 논의할 때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서 거위 배를 가를 수 없듯이 창조성의 결과에 집착하는 한 영원히 창조성의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최근의 창조적 신화는 전적으로 창조적 인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국가와 지방정부는 창조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과, 창조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올 인'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임기 내에 창조경제의 '열매'를 거두겠다고 서둘러서는 곤란하다. 먼저 학교와 기업이 바뀌어야 하고 정부가 '창조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사업마다 '창조'와 '창의'를 붙여 놓는다고 창조사회가 되지는 않는다. 창조성은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자면 사회는 더 자유롭고 더 다양해야 한다.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자유롭고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융합될 때 창의성은 발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