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신기록으로 500m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를 한 빙상 여제(女帝) 이상화 선수의 비결이 탄탄한 꿀벅지 덕이라고 했다. S 라인→V 라인→쇄골(어깨 빗장뼈)미인을 거쳐 '꿀벅지' '꿀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건 2009년쯤인 듯싶지만, '넓적다리 고(股)' '허벅지 고'자의 '꿀벅지'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라면 한국 말고 또 어디일까. 중국이다. 중국에선 주식시장을 엉뚱하게도 '허벅지 저자(股市:구스)'―'꿀벅지 시장'이라 부르며 벌 떼처럼 모여들기 때문이다. 또한 주가는 '허벅지 가격(股價)', 주식 투자자는 '넓적다리 백성(股民)'인가 하면 주식자본은 '허벅지 자본(股本)', 주식의 가치는 '넓적다리 가치(股値)'다. 보다 근사한 말도 있다. '한 허벅지 샘물(一股泉水)'은 '샘물 한 줄기'라는 뜻이고 '한 넓적다리 향미(一股香味)'는 '한 줄기 향기'다.
중요한 건 허벅지의 힘이다. 중국에서 허벅지(股子:구쯔)는 곧 힘을 상징한다. 바로 이상화(理想花?) 선수의 꿀벅지 힘이다. 대퇴골, 즉 허벅지 뼈가 튼튼해야 하는 건 모든 육상, 빙상 선수의 기본 체력 조건이고 탄탄한 허벅지 근육―대퇴근이야말로 필수다. 하지만 꿀벅지 뼈가 원체 길고 키 큰 서양 선수 체격 조건을 능가하기란 수월치 않다. 이상화와 겨뤘던 2위 러시아 선수와 3위 네덜란드 선수에 비하면 왜소한 체구인데도 그녀들에 앞선 건 대단한 꿀벅지다. 결국 허벅지 탄력만은 이상화만 못해 여제 앞에 무릎을 꿇은 거 아닌가. 1981년 450m 아이스링크에서 시속 49㎞를 기록, 세계 기록을 보유한 당시 소련의 파벨 페고프의 비결도 뛰어난 허벅지 힘이었다. 그 때의 언론 코멘트가 흥미로웠다. "남극에서 추격당한 물개는 시속 19㎞로 빙판 위를 미끄럼질 쳤다."
스케이팅 하면 북유럽인이 잘할 수밖에 없다. 당초 노르웨이를 비롯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구인이 타기 시작해 네덜란드, 영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이고 스케이팅이 스포츠로 발달한 건 18세기 후반부터였다. 어쨌든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의 한국은 5위로 번쩍거렸고 중국이 7위, 일본은 20위였다. 이상화의 쾌거에 이어 내친 김에 이번에도 지난 대회의 위업을 되풀이해 보이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