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습 이후 미국에서만 사망자 1명을 포함해 13명이 탄저병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고,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탄저균 포자로 의심되는 화학물질들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가 생화학 테러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생화학 무기는 소량으로도 엄청난 인명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고 발견 및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어느 한 곳도 안전지대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공포감을 더해준다. '빈자(貧者)의 핵무기'로 불리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생화학 무기에 대해 알아본다.
◇생화학전의 역사
생화학전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앗시리아군이 호밀 맥각으로 우물을 오염시킨 일이나, 그리스의 솔론이 전쟁에서 설사제인 'hellebore'를 이용한 것이 생화학전의 시초로 여겨지고 있다. 15세기에 에스파니아의 피사로가 잉카제국을 정복하면서 두창에 걸린 사람이 입은 옷을 원주민에 선물해 원주민을 몰살하면서 생화학전의 위력이 드러나게 됐다. 근세에 들어와서는 1710년 러시아와 스웨덴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흑사병에 감염된 시체를 사용했고, 1차대전때에는 독일이 프랑스로 운반되는 말과 소에 마비저균을 감염시키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군의 731부대가 3천명 이상의 '마루타'를 대상으로 페스트와 매독, 가스괴저 등을 실험했으며 이란-이라크 전쟁때는 이라크가 탄저병과 보툴리누스균, 아플라톡신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에는 지난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 테러에서 사린가스가 생화학 무기로 사용돼 1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생화학 무기의 특징
생화학전에 사용되는 무기는 균주 입자의 크기가 1~5 미크론으로 공기중에 오랫동안 부유할 수 있으며 사람이 흡입하면 폐포에 도달해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확산은 에어로졸이나 스프레이, 혹은 비산 폭탄에 의해 이뤄지며 식품이나 상수도 오염으로는 호흡기 감염에 비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생화학 무기중 화학무기는 살포후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위력에 있어서는 생물학 무기에 비해 치명적이지 않다.
◇생화학전에 사용되는 균
진균과 세균, 바이러스, 독소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세균으로는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탄저균과 페스트균이 대표적이며 바이러스로는 두창 바이러스가, 독소로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 독소가 사용될 수 있다.
▲ 탄저균:소나 말 등에 기생하며 감염된 동물의 털이나 가죽, 고기 등과 접촉하거나 포자를 고의적으로 살포한 경우에 감염된다. 임상적으로 피부형, 호흡기형, 위장관형 등 세 가지의 양상을 보이며 피부형은 피부에 고름집을 만드는 형태로 25%의 사망률을 보인다. 호흡기형과 위장관형 감염은 거의 사망률이 100%에 달하는 무서운 세균이다. 호흡기형에 감염되면 발열, 불쾌감, 피로, 기침 등 독감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다가 호흡곤란이나 쇼크로 사망한다.
▲ 페스트:설치동물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옮겨진다. 물이나 축축한 곡물에서는 며칠간 생존 가능하나 햇볕을 쬐면 수시간만에 죽는다. 일반적으로 선페스트와 폐페스트로 구분되며 선페스트는 벼룩에 물려서 병원균이 림프절로 들어오는 경로로, 폐페스트는 병원균을 흡입하는 경로로 감염된다. 선페스트의 사망률은 50%, 폐페스트는 100%에 달한다. 폐페스트의 증상은 불쾌감, 고열, 오한, 두통, 기관지폐렴, 호흡곤란, 출혈, 림프선비대 등이며 항생제 전신요법으로 치료한다. 백신이 개발돼 있지만 효과가 좋지 않은 편이다.
▲ 두창:바리올라 메이저(Variola major) 바이러스가 원인균으로 1980년 이래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일부 국가가 균주를 보유중이다. 갑작스런 권태감, 발열, 두통, 구토로 시작되어 사지에서 시작된 홍반성 발진이 몸통으로 확산된다. 발진이 커지면 수포가 되며 앓고 난 후에도 피부자국(곰보)이 남는 경우가 있다. 사망률은 30% 정도이며 두창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 보툴리눔 독소:신경독소에 속하며 에어로졸 형태로 살포가 가능하다. 병원균은 오래된 통조림 등에서 번식하며 독소를 분비하고 이런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중독이 된다. 보툴리눔 독소는 독성이 가장 강하여 체중 l㎏당 0.001㎍으로도 사망할 수 있다.
<도움말:가천의대 권복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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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량으로 엄청난 인명 살상
입력 200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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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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