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박승희 동메달.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박승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올림픽 파크 내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500m 결승을 마친 뒤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꽃을 든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소치=연합뉴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간판 박승희(22·화성시청)가 한국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승희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레이스 초반 뒤따르던 선수들에 몸이 걸려 넘어지는 불운 속에 54초20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혼자 넘어지지 않은 리젠러우(중국·45초263)가 금메달을 땄고,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51초250)가 은메달을 가져갔다. 3위로 들어온 엘리스 크리스티(영국)는 실격당했다.
▲ 쇼트트랙 박승희 동메달.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승희가 13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1위로 달리다 다른 선수의 방해로 아쉽게 동메달을 차지했다. 사진은 넘어지기 직전 모습./소치=연합뉴스
아쉬운 결과지만 한국 쇼트트랙이 여자 500m에서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것은 16년 만이다. 그동안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이 딴 동메달이 유일했을 정도로 한국의 취약 종목이었다. 결승에 오른 것 자체도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의 원혜경 이후 무려 20년 만의 일이다.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서울시청)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 중 두 번째 메달리스트가 됐다. 또 2010년 캐나다 밴쿠버올림픽에서 여자 1천와 1천500m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낸 뒤 자신의 올림픽 메달을 3개로 늘렸다.
박승희는 이번 대회에서 500m를 시작으로 1천m와 1천500m, 단체전인 3천m 계주까지 여자부 4종목에 모두 출전해 메달 사냥을 이어간다.
▲ 쇼트트랙 박승희 동메달.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승희가 13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1위로 달리다 영국 선수에게 밀려 미끄러져 아쉽게 동메달을 차지했다. 사진은 박승희가 역주하는 모습 /소치=연합뉴스
박승희로서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한판이었다.
이번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두 차례 올림픽 여자 5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세계 최강 왕멍(중국)이 부상으로 참가할 수 없다는 소식이 날아들어 박승희에게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박승희는 이날 준결승에서 밴쿠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폰타나를 제치고 1조 1위로 결승에 선착했다.
이어 열린 준결승 2조 경기에서는 올 시즌 월드컵 여자 500m 랭킹 2위인 판커신이 레이스 도중 미끄러지면서 4위로 밀려나 박승희의 메달 획득 가능성을 더욱 높여줬다. 중국은 류추훙도 3위에 그치면서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에 이어 2위에 오른 리젠저우만 결승 출발선에 서게 됐다.
▲ 쇼트트랙 박승희 동메달.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승희가 13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1위로 달리다 영국 선수에게 밀려 미끄러져 아쉽게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승희가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소치=연합뉴스
박승희는 '금빛 예감'으로 충만한 채 결승에 나섰다.
다소 긴장한 듯 출발 총성보다 먼저 몸이 튀어나가는 바람에 한차례 부정출발을 했지만 이내 냉정을 찾고 차분히 레이스를 시작했다. 박승희는 출발 총성과 함께 가장 먼저 앞서 나갔다. 그러나 맨앞에서 첫 바퀴를 돌던 중 코너를 지날 때 뒤따르던 크리스티와 폰타나가 자리다툼을 하다 부딪치며 넘어졌고, 이 피해가 고스란히 박승희에게도 떠넘겨졌다.
잘 피해 빠져나가는가 싶었지만 크리스티나와 살짝 부딪친 박승희도 중심을 잃고 나뒹구는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박승희는 일어나 바로 레이스를 이어갔지만 어찌해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 쇼트트랙 박승희 동메달.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박승희(오른쪽)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올림픽 파크 내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500m 결승을 마친 뒤 플라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은메달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금메달 리지안루(중국), 동메달 박승희./소치=연합뉴스
결국 최하위로 레이스를 끝내야 했지만 크리스티가 실격당해 박승희에게 동메달이 주어졌다.
예선부터 줄곧 1위로 결승까지 오를 만큼 컨디션이 좋았던 터라 박승희로서는 더욱 억울할 법했지만 그래도 박승희는 웃으며 메달을 받아들었다. /신창윤기자